국대 마무리 그리운 밤... 사령탑이 믿은 베테랑도 '0SV' 초짜였다 [★고척]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8.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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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영준./사진=OSEN
국가대표 마무리이자 키움 히어로즈 수호신이었던 조상우(28)가 그리운 밤이었다. 뒷문이 헐거워진 키움 히어로즈가 경험 많은 베테랑들에게 마무리를 맡겼지만, 그들조차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키움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5-7로 패하고 4연패 늪에 빠졌다. 57승 2무 37패가 된 키움은 1위 SSG(64승 3무 28패)와 경기 차가 8경기로 더 벌어졌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본격적인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투수 운영에 있어 변화를 예고했다. 1이닝 책임제를 없애고 문성현(31), 김태훈(30), 이승호(23)가 돌아가며 맡던 마무리 보직에서 문성현과 이승호를 제외했다. 홍 감독은 "김태훈, 이영준(31)이 상대 타선, 투수 컨디션 등에 따라 마무리로 등판한다. 이승호는 잘해주고 있었지만, 마무리를 맡기에 기복 등 변수가 있다. 경험이 많은 이영준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영준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KT 위즈에 입단해 2017년 지금의 구단으로 옮겨 꽃을 피운 좌완 투수. 올해 김재웅(24)에게 기록을 내주긴 했지만, 2020년에는 히어로즈 좌완 불펜 최다인 25홀드를 달성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 믿을 만한 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105경기에 베테랑인 그도 마무리 상황이 익숙하진 않았다. 과거 두 차례 세이브 기회(2020년 1회, 2021년 1회)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을 뿐 세이브 상황에서는 통산 0세이브의 초짜에 불과했다.

초짜 마무리에게 주어진 시즌 첫 세이브 기회는 만만치 않았다. 1위팀을 상대로 1점 차 리드, 타순도 한 방이 있는 한유섬-후안 라가레스-이재원이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영준은 한유섬을 2루수 뜬 공으로 처리하고 후안 라가레스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재원을 상대로는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유도했으나, 유격수 김주형이 가랑이 사이로 그대로 흘려 보내는 실책을 저질러 1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SSG는 김강민을 대타로 내보냈고 이영준은 김강민, 추신수로 이어지는 더 노련한 베테랑들의 무게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김강민이 좌전 안타로 1사 만루 기회를, 추신수는 곧장 초구 직구를 공략해 우전 1타점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최지훈에게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내주고 나서야 마무리 이영준의 시즌 첫 등판이 끝났다. 구원 등판한 이승호가 이영준의 책임 주자마저 홈으로 들여보내면서 최종 기록은 ⅓이닝 4피안타 3실점(1자책).

올 시즌 키움은 평균자책점 3.32로 리그 전체 1위의 불펜을 앞세워 예상 밖 질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마무리 보직은 어느 한 사람으로 고정되지 않아 불안감을 내포했다. 경기 전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김재웅은 8회에 그대로 나선다"라고 말했던 홍 감독의 단호한 말을 떠올린다면 아직 '8회 김재웅'만한 신뢰를 주는 마무리감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키움은 통산 82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조상우의 존재 덕에 뒷문 걱정을 잊고 살았다. 조상우의 군 입대로 불안 요소도 있었으나, 동시에 그 덕분에 여러 선수들이 마무리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제나 위기 속에서 기회는 찾아온다. 전반기를 잘 이겨냈듯 두 번째로 봉착한 위기 앞에 다시 한 번 키움 투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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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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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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