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바타:물의 길' CG만 신기원, 길고 지루한 CG자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12.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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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는 경이적이다. 비주얼은 혁신적이다. 거기까지다. 3시간 12분 러닝타임 중 2시간 40분 정도 내러티브가 텅 비었다. '아바타:물의 길'은 제임스 카메론의 길고 지루한 CG자랑에 가깝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는 이제 가족을 이뤘다. 아이들이 자라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지구인들은 곧 그 평화를 깨부신다. 다시 판도라 행성을 침략해온 지구인들. 제이크 설리와 나비족은 지구인들과 격렬하게 맞선다.


과거 설리 부부에게 죽임을 당했던 쿼리치 대령은 기억과 감정을 나비족의 신체로 옮겨 재탄생한다.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나비족을 이끄는 제이크 설리를 집요하게 쫓는다. 설리는 쿼리치의 추적에 가족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나비족을 떠나 바다에 사는 산호초 부족으로 터전을 옮긴다.

설리 가족은 바다와 함께 사는 길을 배우지만 쉽지 않다. 그런 그들에게 쿼리치 대령 일당이 산호초 부족 군락을 불태우면서 점점 다가온다. 과연 제이크 설리는 가족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영화는 길고 지루하게 이 과정을 보여준다.

'아바타:물의 길'은 2009년 전세계에 3D붐을 일으키면서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아바타' 후속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만에 내놓은 이번 영화는 전편 이상으로 놀라운 CG기술이 담겼다.전편에서 숲을 CG로 실제처럼 구현했다면, 이번에는 바다를 실제 이상으로 만들어냈다.


CG 중 가장 어렵다는 물, 그것도 바다를 상상 이상으로 구현했다. 부서지는 파도, 물보라, 바다 밑으로 투영된 햇빛, 물에 반사되는 빛 등등은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울 뿐더러 만들어진 현실인 만큼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표현됐다. 고래를 연상시키는 툴쿤을 비롯해 각종 바다생물 또한 실제 같다. 나비족과 바다생물, 만들어진 크리쳐의 교감이 실제 범고래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영화 '프리윌리'처럼 그럴듯 하게 그려진다. 오히려 CG인 만큼 생명과 생명이 실제로 교감하는 것처럼 표현된다.

'아바타:물의 길' CG기술이 보편화된다면, 전세계 영화 제작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알리타:배틀엔젤'에서 느껴졌던 불쾌한 골짜기도 '아바타:물의 길'은 넘어섰다. CG로 만들어진 주연배우들과 악당들의 감정이 마치 인간의 감정처럼 잘 전달된다. 그야말로 CG의 신기원이다.

하지만 놀라운 CG기술의 성취를 3시간 12분 동안 견디기에 '아바타:물의 길' 서사는 매우 빈약하다. 백인 기병대와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대결을 역전해서 보여줬던 전작의 서사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막강한 기술력으로 침략하는 백인과 그에 맞서는 원시적이지만 자연과 친화적인 원주민. 이 구도에 아버지는 가족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제임스 카메론은 과거 '에일리언2'에서 엄마 대 엄마의 싸움을 그렸던 걸 '아바타:물의 길'에선 아버지와 아버지의 싸움으로 바꿨다. 아빠가 아닌 아버지 대 아버지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전개다. '에일리언' 주인공 시고니 위버가 '아바타' 마지막에 이어 '아바타:물의 길'에 엄마로 등장하는 게 제임스 카메론의 팬들이라면 흥미로울 수는 있다.

지루하다. 낡은 이야기라서 지루한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까지 지나칠 정도로 길고 지루하다. '아바타:물의 길'은 혁신적인 CG기술을 자랑하려는 듯, 뽐내려는 듯,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온통 파란 것들을 보여주는 데 지나치게 공을 들였다. 나비족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그 파란 것들을 구분시켜주는 놀라운 CG기술을 보여주는 데 전력을 쏟았다. CG가 중심이고, 이야기는 곁가지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될 때까지 2시간 40분을 견뎌야 한다. CG는 이야기를 돕는 기술일 뿐, 이야기 자체가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물의 길'에선 CG가 중심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CG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세상은 더 이상 놀라운 볼거리는 아니다. 13년전이라면 모를까. CG기술은 혁신적이지만 CG로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3시간 넘게 보는 것과 IMAX영화 '지구의 탄생'을 보는 게 별 차이가 없다.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의 차이가 있을 뿐.

'아바타:물의 길'은 올여름 개봉한 '탑건:매버릭'과 정반대에 있는 영화다. CG가 중심인 영화와 CG가 이야기를 돕는 영화. 3D도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익숙해지면 별 감흥 없듯이 '아바타:물의 길' CG도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익숙해지면 별 감흥이 없다.

중요한 건 이야기다. '아바타:물의 길'은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432억 원)를 썼다.

12월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런닝타임 3시간 12분.

추신. 후속편을 예고하지만 쿠키는 없다. 있더라도 더 앉아있기 쉽지 않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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