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빈은 난놈이다" 위닝샷으로 팀 살린 루키, 이런 강심장이 다 있다... 신인왕 경쟁 더욱 치열

울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1.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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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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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왼쪽 2번째)이 20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4쿼터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박무빈은) 난놈입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올해 KBL 신인왕 경쟁에서 박무빈(23·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은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2경기 연속 좋은 모습을 보였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라운드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홈경기에서 91-88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달린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2년 10월 28일 경기부터 이어진 한국가스공사전 연승 숫자를 '10'까지 늘렸다.

경기는 리바운드 35-29, 어시스트 24-13으로 우위를 보인 현대모비스가 막판 집중력까지 발휘해 승리할 수 있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도 "한국가스공사가 상승세였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할 정도로 절대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후반기 첫 게임인 18일 SK전을 시작으로 현대모비스는 빡빡한 일정을 맞이하게 됐다. 하루 휴식 후 20일 한국가스공사전을 치렀고, 곧바로 안양으로 올라가 다음날 정관장과 게임을 펼친다. 또 하루 휴식일을 가진 후 선두 DB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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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
여기에 이날 경기 역시 1쿼터 중반부터 11점 차까지 앞서고도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2쿼터에 36-36 동점이 된 현대모비스는 김국찬과 미구엘 옥존의 3점포로 전반을 52-45 리드로 마쳤다. 하지만 3쿼터 들어 앤드류 니콜슨과 김낙현의 활약 속에 한국가스공사가 쫓아가기 시작하더니 차바위의 외곽포가 터지면서 결국 61-60으로 경기가 뒤집혔다.

이어 4쿼터에도 니콜슨의 원맨쇼가 나오며 경기 종료 1분 50여 초를 남겨놓고 현대모비스는 82-85로 뒤지고 있었다. 함지훈의 자유투 2개가 들어가며 2점 차가 된 상황에서 박무빈이 해결사로 나섰다. 반대편 코트부터 볼을 몰고 내려온 그는 하프라인을 넘자마자 스피드를 냈고, 게이지 프림의 스크린을 받아 왼쪽에서 3점슛을 시도했다. 공이 그대로 림을 통과하면서 현대모비스는 순식간에 87-86으로 역전했다.

박무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니콜슨이 던진 3점슛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자 경합 끝에 리바운드를 따냈고, 프림에게 볼을 전달했다. 이어 어시스트를 받은 이우석이 속공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막판 그야말로 팀을 구해내는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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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이 20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4쿼터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이날 박무빈은 25분 2초를 뛰면서 10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옥존과 번갈아가며 투입된 그는 가장 마지막 순간 벤치의 신뢰를 받아 출전했고, 믿음을 그대로 결과로 보답했다.

경기 후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입을 모아 박무빈의 활약에 칭찬을 보냈다. 조동현 감독은 "(박무빈은) 난놈이다"며 "마무리는 무빈이에게 시키려고 한다. 대학에서 큰 경기도 많이 해봤다. 신인이 그런 배짱을 가진 건 재능도 좋지만 심장도 좋은 선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선배 이우석 역시 "(위닝 3점슛 때) 별 생각 안 들었다. 찬스가 났고 쏠 거라 생각했다. 안 쏠 애가 아니었다"며 믿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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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빈(오른쪽)이 2023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은 후 조동현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L
고려대 출신의 박무빈은 2023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학 동기 문정현(수원 KT)에 이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문정현, 연세대 출신의 유기상(창원 LG)과 함께 이른바 '문유박'으로 묶이며 로터리픽(순위 역순이 아닌 추첨을 통해 지명하는 순번, KBL은 4순위까지)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했고, 기대대로 높은 순번에서 지명을 받았다.

20일 경기까지 박무빈은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25분 4초를 소화, 9.8득점 3.2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발목 부상으로 인해 데뷔전이 늦어졌던 그는 지난달 7일 SK와 경기에서 28분 46초를 뛰면서 9득점을 기록,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같은 달 11일 LG전에서 19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한 걸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약을 펼쳤다. 12월 19일 KCC전에서는 비록 팀은 패했지만 본인은 21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무빈은 빠른 돌파와 패싱 센스를 보여주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대학 시절부터 큰 경기 경험이 많아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 프로 입단 전 지난해 마지막 연세대와 정기전에서도 19득점을 올리며 팀의 2년 연속 승리를 이끌었다. 대학 선배 이우석도 박무빈에 대해 "(좋은 배포는) 고려대 나와서 그렇다. 정기전도 뛰어보고 한 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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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오른쪽)과 이우석. /사진=KBL
박무빈의 활약은 팀에 있어서는 더욱 소중한 일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주전 가드였던 아시아쿼터 론 제이 아바리엔토스(필리핀)가 일본 B.리그로 이적했고, 서명진 역시 시즌 4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새로운 아시아쿼터 선수의 합류도 늦어지면서 앞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박무빈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 후 옥존까지 들어오면서 현대모비스는 백코트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팀에서도 벌써 경계에 들어갔다. 선수 시절 올스타 가드였던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대행은 "박무빈은 신인 같지 않게 좋은 선수다. 현대모비스가 바뀐 부분이 박무빈이다"며 "패스도 그렇고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아직 풀타임에 가까운 많은 플레이타임을 줄 수는 없다. 체력 문제도 있고, 아직 수비에서 팀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옥존과 박무빈의 동시 투입 대신 둘을 번갈아가며 기용하고 있고, 4쿼터 중요한 순간에는 한국 농구를 조금 더 파악하고 있는 박무빈을 코트에 내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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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빈이 지난 12일 루이비통 런칭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울산 현대모비스 제공
박무빈은 스타성 있는 플레이에 잘 생긴 얼굴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런칭행사에 농구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초대장을 받았다. 배우 장기용, 위하준, 가수 빈지노, 자이언티, 코드쿤스트, 더보이즈 주연 등과 함께 참석했다. 구단에서도 흔치 않은 기회에 적극 밀어줬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활약 속에 박무빈은 유기상과 신인왕 경쟁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빠르게 팀에 녹아든 유기상의 우위로 보였던 올해 신인왕 레이스는 점점 박무빈의 폼이 올라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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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박무빈(왼쪽)과 LG 유기상.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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