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 감동해 눈물날 뻔" 원팀으로 뭉친 여자탁구, 이젠 파리올림픽 향해 질주 준비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2.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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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와 신유빈, 이시온(왼쪽부터)이 22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본선 토너먼트 중국과 8강전 패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홈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일정을 마무리한 여자 탁구대표팀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더 큰 대회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신유빈(20·대한항공),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 이시온(28·삼성생명), 윤효빈(26·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로 구성된 여자 탁구대표팀은 22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본선 토너먼트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0-3(0-3 0-3 0-3)으로 패배했다.


이시온(세계랭킹 44위)-전지희(21위)-신유빈(8위)의 순서로 매치업을 구성한 한국은 쑨잉샤(세계랭킹 1위)-첸멍(3위)-왕위디(2위)라는 '우주최강' 라인업과 맞붙어야 했다. 앞선 경기에서 모두 3순번에 배치됐던 이시온이 전면에 나왔는데, 오광헌(53) 대표팀 감독은 "쑨잉샤가 백핸드가 약하고, 이시온은 백핸드가 좋다. 거기서 승부를 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시온은 초반 세계최강 쑨잉샤의 까다로운 서브에 흔들리면서 1세트를 1-11로 완패했다. 2세트 들어 추격의 의지를 드러내며 연속 3득점을 기록했던 그는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3세트 들어 구석을 찌르는 공격으로 선취점을 얻고도 연달아 11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이시온은 세트 스코어 0-3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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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온.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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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이어 출격한 맏언니 전지희는 과감한 공격을 바탕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세트를 5-11로 진 전지희는 2세트에서는 첸멍의 좌우 공격에 흔들리면서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곧잘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3세트에는 3-0으로 리드하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지희마저 스윕패를 당했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는 전날 오 감독이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신유빈이었다. 그는 앞선 푸에르토리코와 예선전, 그리고 브라질과 16강전에서 2연패를 당한 걸 만회하려는 듯 1세트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나 1, 2세트를 내주며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신유빈은 3세트 초반 0-4로 밀리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래도 에이스답게 악착같이 추격했고, 이번 게임에서 처음으로 게임 포인트(10-9)에 도달했다. 하지만 왕위디는 듀스를 만든 후 12-0으로 매치를 끝내면서 한국은 결국 패배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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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세 선수는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전지희는 "8강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중국과 붙어 큰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고, 신유빈은 "많은 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좋았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탁구선수로서의 행복함을 다시 느꼈다. 대한민국 대표로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시온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선수권을 했다는 자체로도 좋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한 자체가 영광이다"고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하게 세계랭킹 1위 쑨잉샤와 맞붙게 된 이시온. 그는 "구질이 되게 좋은 것 같다. 회전이 너무 많았다"면서 "왜 세계 1위인지 알았던 경기였다. 압도적이었고 다른 기술도 다 좋았다"고 상대를 극찬했다.

전지희는 이날 예선전과는 달리 양갈래 머리스타일을 하고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더 밝게 시합을 뛰고 싶었다"며 "큰 의미는 없었다"고 웃었다.

한국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고전한 가운데, 신유빈은 3단식 3세트에서 처음으로 게임 포인트를 잡으며 한 세트를 잡을 뻔한 순간을 맞이했었다. 그는 "왕위디와 해본 마지막 경기를 배경으로 작전을 가지고 들어갔다"며 "거기서 약간 오류가 있었던 것 같아 그 부분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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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대표팀 윤효빈, 이시온, 이은혜(왼쪽부터).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은혜와 윤효빈도 세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이은혜는 "처음부터 한마음으로 좋은 스타트를 보였다. 운이 안 따라줘서 결과는 아쉬웠지만, 다들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윤효빈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다소 일찍 중국과 만나게 된 점에 대해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20일 열린 토너먼트 대진 추첨에 참석해 번호를 뽑았던 오 감독은 "추첨을 하고 나서 선수들에게 '내 손목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더니 전지희가 '아니다, 저희 랭킹 때문이다. 저희가 잘하겠다'고 말해서 감동해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바로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진출권이었다. 여자대표팀은 대회 첫날인 16일 열린 이탈리아와 첫 경기에서 매치 스코어 3-0으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17일 말레이시아전(3-0), 18일 푸에르토리코전(3-1), 그리고 19일 쿠바전(3-0)까지 조별예선을 4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무난하게 16강 직행을 확정했다. 이어 21일 오후 5시에 열린 세계랭킹 14위 브라질과 16강전에서도 이기며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을 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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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이 확정된 후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지희, 이시온, 신유빈, 이은혜, 윤효빈. /사진=양정웅 기자
오 감독은 다가올 올림픽에서 어떤 점을 보완하고자 할까. 그는 "이 상태라면 항상 8강, 4강이다"며 "중국을 이겨보려면 예전에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님이 금메달을 땄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오 감독은 "풋워크나 움직임의 탁구, 강하고 공격적인 파워가 아니면 우리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그 부분을 보강해서 나가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각오를 다졌다. 신유빈은 "아직 출전할지 안할지는 모르지만, 나가게 된다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전지희는 "우선 4강 시드에 들어가야 한다. 올림픽 얘기를 해봤자 또 25% 확률을 따져야 할 수 있다"며 세계랭킹 상승을 노렸고, 이시온은 "나가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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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대표팀이 22일 중국과 8강전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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