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미국에서 자사의 제련소를 '친환경 제련소'로 홍보했지만 정작 석포제련소의 오염토지 정화 현황과 이행계획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행정심판위원회(경북행심위)는 지난달 말 봉화군수(봉화군)가 경상북도 거주자 A씨에게 내린 석포제련소 관련 정보 부분공개 결정처분을 취소한다고 재결했다. A씨는 지난 1월 봉화군을 대상으로 △석포제련소 내·외부 토양 정화업체 계약 현황 △오염토양 정화이행 현황 △내부오염토양 정화기간 연장근거 △오염토양 정화명령 도과에 따른 조치내역 등과 관련한 자료 전반을 요청한 바 있다.
봉화군이 정보공개 청구 사실을 통지하자 영풍 석포제련소는 해당 자료를 전부 비공개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봉화군은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정화 작업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토지정화 검증 정보와 관련 자료,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등 핵심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풍은 토지정화 검증자료에 제련소 건물과 설비 위치 등 기업 정보가 포함돼 있고, 토양 정화 방법과 절차는 영풍과 외부 정화업체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군은 이를 받아들여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A씨는 경북행심위에 정보부분공개 처분 취소청구를 냈다.
하지만 경북행심위는 이 같은 영풍과 봉화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련소 건물이나 설비의 위치를 외부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고도의 경영·영업상 비밀로 단정하기 어렵고, 자료 공개가 영풍의 정당한 이익을 어떻게 '현저히' 침해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토양정화 검증자료는 오염토양의 정화 작업이 법적 기준에 맞게 제대로 완료됐는지를 확인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역시 단순한 기업 내부 문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 보호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기업의 사적 정보보다 공익적 성격이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경북행심위는 오염 정화 방법이 적절하게 수립됐는지, 계획에 따라 실제 정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주민이 감시하고 확인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와 환경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익이 영풍이 비공개를 통해 보호받으려는 영업상의 이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자료 일부에 민감한 시설 정보나 비용 내역이 포함돼 있더라도 전체 자료를 비공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부분만 가린 뒤 정화 공법과 범위, 기간, 오염도 측정 결과, 검증 결론 등 핵심적인 환경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영풍은 미국에서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제련소 관련 리셉션을 연 자리에서 석포제련소를 '친환경 제련소'라고 홍보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MBK)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지원 리셉션'을 열었다.
이 행사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은 자신을 영풍그룹 부회장이라고 소개하며 영풍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등에 따르면 그는 "영풍은 2019년부터 다양한 환경개선 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며 "그 결과 석포제련소는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로 변모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또 석포제련소 환경개선과 토양정화 등을 위한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한 사실 등이 적발돼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2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또 금융위는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해임권고 상당 조치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오염 관련 정보는 주민들의 생활 환경 및 건강·재산 보호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로 기업 영업비밀이라는 포괄적 명분으로 가리는 것은 정보공개 원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할 수 없다"며 "경북행심위의 이번 결정은 환경 등 산업의 영향을 받는 정보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모두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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