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마침내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마지막'이라는 게 이제는 실감나게 된 그의 소감은 어떨까.
오승환은 30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오승환은 지난달 28일 잠실 경기를 시작으로 9개 구단과 은퇴투어를 펼쳤고,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원정팬들과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올해 홈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마침내 대구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단국대 졸업 후 2005년 삼성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은 이날 전까지 KBO 리그 통산 737경기에서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거뒀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이브 1위 3연패를 하는 등 통산 6차례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며 통산 549개의 세이브를 따냈다.
올 시즌에는 1군 11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했다. 지난 7월 8일 창원 NC전에서는 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1군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결국 8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은 은퇴선수 특별 엔트리에 따라 1군에 등록됐다. 그가 1군 엔트리에 들어온 건 마지막 등판 이후 처음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게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나가면 9회에 나가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승환과 일문일답.
- 드디어 은퇴식 열리는데.
▶ 바쁘게 왔다갔다 해서 너무 정신이 없다.
- 이제 실감이 나는가.
▶ 한 달 전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어제 밤부터 "벌써 30일이 됐구나" 생각했다. 야구장 로비에서 지인들이 많이 온 걸 보니 은퇴식이 실감이 나더라.
- 커피차 선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저렇게 해주시는 거 보면 너무나 감사드린다. 하기 쉽지 않은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응원받는구나 생각이 든다. 팬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씀뿐이다. 팬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과 미국 팬에게도 한 마디 한다면.
▶ 아직도 한신 팬들이 많이 기억해주시는 걸로 안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일본 팬들도 기억하시는데, 한 번은 일본에서 인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모르는 부분에서도 내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기억할까요(웃음). 미국에서 같이 알고 지낸 한인 분들이 많은데 아직도 연락해주신다. 그분들의 도움 많이 받아서 한국 음식 먹을 수 있었다.
- 출근길 나오는 감정도 달랐을 것 같은데.
▶ 아침까지는 감정이 다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은퇴식을 하게 되면 많이 실감날 것 같다.
- 박진만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9회 내겠다'고 했는데, 준비 어떻게 했나.
▶ 몸 관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공은 계속 던졌다. 감독님은 9회 등판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오늘 은퇴식을 떠나 중요한 경기다. 팀이 한 시즌 치열하게 했고, 남은 2경기에서 순위 바뀔 수 있다. 평상시에 하던 대로 준비 중이다.
- 9회 등판하면 KIA는 최형우가 대타로 나온다는데.
▶ 마지막에는 안 맞아야겠죠. 외국 갔다온 후 최형우 선수에게 중요한 순간 맞았는데, 오늘까지 맞진 않을 거다(웃음).
- 마운드에 서면 어떨 것 같나.
▶ 오늘은 마운드에 서면 지금 어떤 감정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많이 다를 것 같다.
- 먼저 은퇴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눈 게 있나.
▶ 초반 은퇴한다고 발표했을 때 연락 많이 왔다. 은퇴투어 하면서는 연락한 건 없다. 그때 연락 와서 많은 얘기 해줬다. 이대호는 "분명 울 거다"라고 하고, 김태균, 정근우 선수는 "고생했다"고 했다. 추신수 선수는 커피차까지 보내줬다.
- 야구장 주위에 오승환 선수 관련 잘 꾸몄던데.
▶ 사진으로만 보고 너무 신경써주시고 잘 꾸며주신 것 같다. 가족들에게 일찍 와서 보라고 했다.
- 은퇴 후 마음은 어떤가.
▶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 은퇴 발표하고 경기를 나가지도 않았다.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긴 했다. 후회 없이 공 던졌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 향후 계획은.
▶ 아직 결정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어떤 결정을 할지 잘 모르겠다. 은퇴식까지는 그런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 선수단과 대화한 거 있는가.
▶ 선수들이 사인 받으러 많이 왔더라.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강민호 선수 등이 '기분 어떠냐'고 물어봐서 "너희도 느낄 거다"라고 했다.
- 본인과 호흡을 맞춘 최고의 포수는.
▶ 좋은 포수와 많이 만났다. 처음부터 진갑용 선수 만났고, 해외에서 야디어 몰리나, 들어와서 강민호 선수. 복이 좋았다. 던지는 구위보다도 많은 혜택 받았다고 생각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 다 기억에 남지만, 하나 꼽자면 항아리. 문구가 좋았다. 이틀을 고민했다고 하시더라. 이대호, 이승엽 선수가 항아리 받았을 때는 선수들이 직접 말한 걸 새겼다. 나는 오히려 부탁했다. 이틀 고민하다가 문구를 넣었다고 하시더라.
- 어떻게 좋은 얼굴로 다독여줄 수 있었는지.
▶ 나를 원망할 선수가 많을 거다. 맞으면 타격이 큰데. 오늘 은퇴를 하는데, 생활하지 않았던 선배들이 고생했다고 얘기해줄 때 '선수 생활 잘 했구나' 생각이 든다.
- 선수 생활에서 별명 많은데,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 끝판대장, 돌직구, 돌부처 이미지가 있다. 다 좋다. 이미지에 맞게끔 잘 지어주셨다.
- 은퇴사 미리 준비했을 것 같은데.
▶ 미리 준비해놨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후회 되는 부분이 많더라. 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 오늘은 미리 써놓고 준비해놓긴 했다. 읽고 나서도 후회할 것 같긴 했다. 낭독 연습은 한번만 했다. 운동장에서 할 땐 다른 감정이 밀려올 거라고 생각한다.
- 다른 선수 은퇴식 보며 '나는 울지 말아야지'
▶ 울지 말아야지 한 건 없고, 왜 저렇게 많이 우는지 생각한 적은 있다.
- 혹시 남은 경기 등판 생각 있는지.
▶ 팀 사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건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듯. 한 경기라도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몸을 만들었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 550세이브.
▶ 그 얘기는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개인기록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처음에 발표할 땐 이렇게 치열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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