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이 떠나는 날, 또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졌다. 르윈 디아즈(29·삼성 라이온즈)가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다.
디아즈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디아즈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1회말 삼성은 1아웃에서 김성윤과 구자욱이 연속 안타를 터트려 1, 3루 기회를 잡았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디아즈는 KIA 선발 김태형과 승부했다. 볼카운트 1-1에서 그는 시속 152km 하이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계속 비행해 우중간 관중석에 그대로 꽂혔다. 비거리 123m의 스리런 홈런으로, 삼성은 이 한방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이는 디아즈의 시즌 50호 홈런이었다. 그는 KBO 4번째로 단일시즌 5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KBO 역사상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1999, 2003년), 심정수(2003년), 박병호(2014~2015년)에 이어 디아즈가 4번째였다. 49호 아치를 그린 후 단 3경기 만에 홈런을 추가하며 아홉수도 없었다.
이후 디아즈는 5회에도 안타를 추가, 이날 경기를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마쳤다. 시즌 기록은 143경기 출전, 타율 0.313(550타수 172안타), 50홈런 156타점 92득점, 출루율 0.380 장타율 0.642, OPS 1.022가 됐다. 그는 KBO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50홈런-150타점을 모두 이룬 선수가 됐다.

덕분에 팀도 5-0으로 승리, 정규리그 4위를 확정지었다. 특히 이날은 KBO 올타임 레전드 마무리투수인 오승환(43)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디아즈의 한방으로 오승환은 9회 5점 차 상황에서 통산 마지막 등판을 할 수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디아즈가 일찌감치 3점 홈런을 쳐주면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 디아즈의 50홈런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후 디아즈는 "너무 기분이 좋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홈 마지막 경기에서 오승환의 은퇴식이 있고, 거기서 50홈런을 채우고 가을야구 진출도 확정되면 특별할 거라고 인터뷰한 기억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돼서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50호 홈런공을 못 찾았다는 디아즈는 "어떤 팬께서 잡았는지도 아직 모르겠다. 구단에서 알아서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공을 갖고 싶긴 하다. 잡은 분이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팀에서 알아서 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디아즈 본인에게 50홈런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는 "전광판을 볼 때 홈런 숫자에 '50'이 써있으면 '와, 진짜 많다. 정말 잘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TV로 오타니 쇼헤이나 애런 저지나 그 숫자를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걸 보면서 언젠간 나도 저렇게 50홈런을 치고 싶다고 했었는데 오늘이 그날이 됐다"고 얘기했다.
홈런과 타점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디아즈는 코디 폰세(한화)와 함께 강력한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디아즈는 "정말 좋은 레이스가 될 것 같다"며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싹 다해놨다고 생각한다"며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시즌 끝나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만약 삼성이 더 높은 곳으로 가면 폰세를 상대할 수도 있는데, 디아즈는 "폰세가 '널 상대하는 게 어렵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말했다"며 "좋은 매치가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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