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아름다운 가을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여정은 끝이 났지만, 그 여운은 진하게 남을 것이다.
삼성은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2-11로 패배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3패가 된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통산 6번째 한화와 가을야구 맞대결 전적도 2승 4패가 됐고, 2007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18년 만의 대결에서도 한화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4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삼성은 탈락 위기에서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 왔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나는 괜찮은데 선수들이 온 힘을 끄집어내서 뛰고 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가 페넌트레이스 몇 게임에 해당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많이 힘들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온 힌을 쏟아부은 건 선발 최원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을 소화한 뒤, 단 4일을 쉬고 5차전에 등판했다. 삼성이 4차전에 헤르손 가라비토를 불펜으로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최원태는 앞선 2번의 가을야구 선발등판에서 13이닝 1실점으로 2승을 따내며 기대를 모으게 했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지친 탓이었을까. 최원태는 1회부터 1사 2, 3루 위기에서 노시환의 좌전 적시타와 채은성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내줬다. 2회는 삼자범퇴로 잘 막았지만, 3회 1사 1, 3루에서 채은성의 적시타와 중계플레이 미스로 2실점했다. 여기에 김태연의 땅볼 때 유격수 이재현이 송구 실책을 저질러 1-5, 4점 차까지 벌어졌다.

최원태가 3⅓이닝 만에 내려간 후 삼성은 좌완 이승민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5회 들어 문현빈에게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안타를 맞았고, 3번째 투수 양창섭마저 노시환에게 2루타를 맞은 후 채은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7점째를 내줬다. 6회에는 배찬승과 이호성이 3루수 실책과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날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잘 됐던 부분이 하나도 되지 못했다. 타선은 1, 2차전과 달리 폰세와 와이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최원태의 3번째 호투는 나오지 않았다.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던 내야에서는 실책이 3개나 나왔다.
하지만 그 누가 삼성의 가을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올 시즌 삼성은 연승과 연패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8월 중순 5연패에 빠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13.7%(8월 14일, KBO PS Odds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시점에서 5위와는 5경기 차 8위였다.
하지만 8월 중순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3연전에서 2승 1무를 거뒀고, 이를 포함해 11경기에서 9승 1패 1무를 거두면서 단숨에 중위권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9월에도 순항하면서 결국 4위를 확정하고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가을야구에서도 고비를 딛고 순풍에 돛을 단 듯 달려갔다.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차전을 패배해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2차전을 3-0으로 잡으며 승리했다. 이어 3위 SSG 랜더스를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업셋하며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라갔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5차전 승부 끝에 패배했지만, 2위 한화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1경기의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시리즈 종료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즌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시즌 끝까지 선수들이 최선 다해줘서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마지막이 아쉽게 끝났지만 이 계기로 선수들 한 단계 성장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 시즌 내내 삼성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올 시즌 내내 열광적으로 삼성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해줬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극복할 수 있었다. 끝까지 선수들 격려해주고 응원해주셔서 감독으로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 "내년 구상을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선수들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어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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