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우(41) 우리카드 감독대행이 부임 후 첫 홈경기에서 대어를 낚았다. 그것도 동갑내기 친구이자 V리그 레전드 세터 한선수(41)가 버티고 있는 선두 대한항공을 잡아냈다.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점수 3-0(25-23, 25-22, 25-2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6위 우리카드는 8승 12패(승점 24)로 5위 OK저축은행(9승 11패·승점 28)을 4점 차로 추격했다. 일격을 당한 대한항공은 3연패에 빠지며 14승 6패(승점 41)로 2위 현대캐피탈(12승 7패·승점 38)과 승점 차를 벌리지 못했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최근 대한항공은 주포 정지석과 차세대 에이스 임재영이 부상으로 빠진 여파로 2연패 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 정한용, 곽승석, 임동혁 등 국가대표 공격 자원들이 건재했다. 우리카드도 불안 요소가 있긴 마찬가지였다. 1위와 6위 순위표에서 보이듯 기본적인 전력 차가 있었다. 또 지난달 30일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물러나며 박철우 감독대행이 코치 선임 8개월 만에 사령탑에 오르며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초보 사령탑은 한없이 침착했다. 데뷔전이자 직전 경기 OK저축은행 원정 풀세트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듯, 대한항공전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의 허리 통증을 이유로 데뷔전부터 16명을 모두 기용하며 선수들이 현재 기량을 점검했다. 또한 최근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러셀의 아웃사이드 히터 기용을 실험한 대한항공에 맞춤 전략도 준비했다.
경기 전 박철우 감독대행은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러셀이 (아포짓스파이커로 나올) 임동혁과 같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면 리시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때는 한태준의 서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러셀과 정한용 쪽으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서브를 집중적으로 넣어야 한다. 절대 료헤이 쪽으로는 서브를 넣지 말라고 했다. 또 오더에서도 아라우조를 러셀에 최대한 맞춰서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러셀이 아포짓스파이커로 정상 출전할 상황도 당연히 대비했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그러면 오더는 더 쉽게 간다. 상대 높이가 낮아지니까 아라우조에게 맡긴다. 사이드아웃을 더 쉽게 가져갈 수 있다"라면서도 "그렇게 해도 자리를 돌다 보면 매치업이 맞지 않는 상황이 온다. 그럴 때는 상황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알리 쪽으로 블로킹이나 서브나 많이 몰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다. 결국 리시브가 흔들릴 때 반대쪽에서 얼마나 뚫어주냐가 중요하다. 한태준이 상대의 생각 반대로 플레이해주면 좋겠다. (블로커가) 낮은 쪽은 잘 공략하고 투 블로커가 붙었을 때는 책임감 있게 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리카드의 계획대로였다. 대한항공은 러셀을 정석대로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했고, 남은 아웃사이드히터 자리를 리시브가 좋은 곽승석에게 맡겼다. 우리카드의 서브를 끝까지 경계한 탓이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서브는 기대보다 더 대단했고, 대한항공의 낮아진 수비벽은 쉽게 무너졌다. 서브 득점에서 우리카드가 5 대 1로 압도했고 우리카드 외인 쌍포는 불을 뿜었다. 아라우조가 20점, 알리가 17점으로 37점을 합작했다. 반면 대한항공에서는 러셀만 24점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완벽하게 밀렸다.
경기 후 박철우 감독대행은 "아라우조가 워낙 타점이 좋아서 한태준이 그걸 잘 살려줄 거라 기대했다. 아라우조와 다른 공격수들도 어려울 때마다 좋은 득점을 올려줬다. 마지막 세트만 자리에 미스가 있어 아쉬운 점이 있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한선수는 높은 수비벽을 피하기 위해 사이드를 활용했으나, 우리카드 수비벽은 늦지 않게 파악해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한선수를 파악하려고 했다. 한선수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고 속공을 쓰는지 분석하고 미들블로커들에게 주문했다. 경기 중에 내가 정해주면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들블로커들에게 경기 전에 이야기했고 경기 중에는 그들이 주도권을 가지게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본인 역량껏 잘해준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우리카드가 기대한, 지도자로서 좋은 면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우리카드는 파에스 감독을 빠르게 교체하면서 고심 끝에 박철우 감독대행에게 중책을 맡겼다. 지난 8개월간 보여준 성실함과 선수들과 소통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사실 아직도 얼떨떨하다.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책임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워낙 부족한 게 많아 스태프들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잘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겨우 2경기 했다"고 웃으면서 "오늘 지더라도 즐겁게 했으면 했다.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고 다음이 있다. 오늘 경기는 이걸로 끝이다. 지금은 연승이나 목표는 상관없이 순간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당장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다음 KB전이 중요하다. 선수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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