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우리카드 선수단이 얼마 전 계약해지로 팀을 떠난 마우리시오 파에스(63)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점수 3-0(25-23, 25-22, 25-2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6위 우리카드는 8승 12패(승점 24)로 5위 OK저축은행(9승 11패·승점 28)을 4점 차로 추격했다. 반면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은 14승 6패(승점 41)로 2위 현대캐피탈(12승 7패·승점 38)와 승점 차를 벌리지 못했다.
대한항공이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두 명을 잃은 빈틈을 잘 공략했다. 강력한 서브와 로테이션 미스 매치의 이점을 잘 활용해 예상 밖 셧아웃 승리를 일궈냈다. 하파엘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가 20점,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 두 외국인 선수가 펄펄 날았다. 세터 한태준의 효율적인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박진우가 이끄는 미들블로커진은 상대가 쉽게 속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며 높이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아라우조, 한태준, 박진우는 "팀으로서 자랑스러운 경기다. 대한항공 같은 강팀을 이기는 건 언제나 기분 좋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아서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철우 감독대행이 이끄는 첫 홈경기이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30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파에스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부터 우리카드를 이끌었던 파에스 감독은 24승 30패(승점 70)의 성적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파에스 감독과 선수단과 불협화음은 없었다는 것이 우리카드 측의 설명이다. 훈련부터 식단까지 챙기는 꼼꼼함에 선수들이 지친 적은 있었으나, 자신이 아는 모든 걸 가르쳐주고 떠나려 했다. 선수들과 코치들도 파에스 감독의 진심을 알고 따르려 했다.

하지만 성적이 너무 나오지 않았다. 봄배구에 꾸준히 가던 팀이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0점 이후 득점 확률이 떨어졌고, 좀처럼 뒤집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다행히 상위팀들이 주춤하며 봄배구 가능성은 존재했고, 우리카드는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
파에스 감독도 구단의 결정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8일 대한항공과 홈경기 이후 논의가 이뤄졌고 빠르게 결정이 내려졌기에 선수단에도 급작스러웠던 일. 우리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파에스 감독의 마지막 인사에서 눈물 짓는 선수들과 코치들도 있었다.
남겨진 우리카드 선수단의 마음은 어땠을까. 먼저 아라우조는 "파에스 감독님이 잘못해서, 그가 떠나서 우리가 2연승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감독님께는 당연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걸 계기로 더 선수들끼리 뭉쳐 열심히 노력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박진우 역시 "솔직히 감독님이 나가셔서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 감독대행님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하셔서 선수들끼리 뭉쳐 잘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한태준은 "한 팀의 일원으로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더 많은 경기에 이겼더라면 파에스 감독님이 승승장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불안감과 함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훈련 때 나를 더 몰아붙였다. 다른 팀원들도 그 마음으로 열심히 뛴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당분간 파에스 감독은 한국에 머물며 향후 거취를 고민한다. 숙소도 여전히 클럽하우스가 있는 인천 청라. 지난 1일에는 함께 떠난 바다나라 시릴옹 코치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삼성화재전을 찾기도 했다.
승리는 떠난 스승에게 남겨진 제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다. 박진우는 "좋은 추억을 남겨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했다. 한태준은 "시릴옹 코치님이 내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네 플레이를 하라'고 하신 게 기억난다"고 했다.
아라우조는 "떠나면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파에스 감독, 시릴옹 코치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2연승)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하셨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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