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축구의 상징 지소연(35·수원FC 위민)이 국내 여자축구의 척박한 현실 개선을 위해 뼈아픈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소연은 후배들을 위한 환경 개선과 리그 부흥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향한 비난조차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소연은 1일 서울 올림픽로 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열린 2026 WK리그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최근 대표팀 내 여러 이슈에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특히 올해부터 아시안컵 등 주요 국제대회 시 선수단 전원에게 비즈니스석을 지원하기로 한 협회의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냈던 지소연은 "욕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이었다"며 "20년 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다. 나는 1~2년 뒤 은퇴하면 그만이지만, 후배들에게는 지금 같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즈니스석 요구를 두고 일부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던 것에 대해서도 지소연은 "무조건 다 바꿔 달라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조금씩 변화해 나가길 원했다"며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며 비즈니스석을 타는 게 익숙했던 나와 달리, 한국에서 이코노미석을 타야 했던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합의점을 찾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WK리그의 흥행 저조에 대해서도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첼시FC위민(잉글랜드), 아이낙 고베(일본), 시애틀 레인(미국) 등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베테랑 지소연은 "관중 없는 경기를 뛰면 선수들도 힘이 빠진다"며 "선수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아직 코로나 19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코로나를 끝내려면 선수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팬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할 방법을 구단 사무국를 비롯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소연은 "세계 여자축구 시장 가치는 폭등하고 있다. 하지만 WK리그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5년 800만 달러(약 12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카타리나 마카리오(샌디에이고 웨이브)를 예로 들어 격차를 지적했다.
리그 활성화를 위한 해결책으로는 슈퍼스타의 등장을 꼽았다. 지소연은 "남자축구에 손흥민, 이강인이 있듯이 여자축구에서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며 후배 전유경(몰데FK)을 지목했다. 지소연은 "전유경은 실력도 갖췄지만 얼굴도 정말 잘생겼다. 여자가 봐도 광고 모델 같을 정도"라며 "그런 스타 한 명을 보러 2~3천 명의 팬이 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도 관심 있게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과 고민 속에서도 지소연과 수원FC 위민은 아시아 무대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며 실력을 증명했다. 수원FC 위민은 지난 29일 디펜딩 챔피언 우한 장다(중국)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8강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소연은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중국 팀을 4-0이라는 큰 점수 차로 이겨본 적이 없었다"며 "상대 팀에 대표팀 선수가 5명이나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수원 개최와 남북 대결 성사라는 목표를 위해 뭉친 것이 주효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승리로 수원FC 위민은 오는 5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내고향 여자축구단(북한)과 남북 준결승전을 치른다. 지소연은 "AWCL은 처음 뛰어보는데 한국 선수들에게 이런 국제대회 경험의 기회가 생긴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지소연은 "실은 해외에서도 좋은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한국 여자축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올해에 좋은 활약을 펼치고 내년도 몸이 좋으면 월드컵까지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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