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좌완 유망주 황준서(21)가 왜 자신이 선발 대기 1순위인지 보여줬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3-12로 LG 트윈스에 패했다.
2경기 연속 선발 마운드가 일찌감치 무너졌다. 선발 투수 박준영이 1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5사사구(4볼넷 1몸에 맞는 공) 1탈삼진 8실점으로 강판당했다.
그러나 이틀 전과 달리 추가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두 번째 투수 황준서가 4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며 뜨겁던 LG 타선을 식힌 덕분이다.
경기 전 김경문(68) 한화 감독이 보낸 신뢰에 곧바로 답한 투구였다. 한화는 최근 선발 왕옌청(25)이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로테이션을 최소 한 차례 거르게 됐다. 당초 왕옌청의 순서였던 23일 황준서가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전날(2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일정이 하루씩 밀렸다.
황준서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전 "준서가 일단 롱으로 대기하지만, 선발진 어디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대기 1순위"라고 못 박았다.

공교롭게도 그 기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황준서는 박준영이 송찬의에게 좌월 스리런을 허용한 직후인 2회초 2사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문보경부터 인상적이었다. 바깥쪽 직구와 몸쪽 포크볼로 스트라이크존 양쪽을 활용한 뒤 한가운데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아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날 황준서 투구의 핵심은 구속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집요하게 공략한 로케이션이었다. 황준서는 3회 선두타자 구본혁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주헌에게 낮은 공을 연거푸 던져 6-4-3 병살타를 끌어냈다. 4회 홍창기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연속 번트로 2사 2, 3루에 몰려 오스틴 딘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준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후에는 더욱더 안정적이었다. 송찬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5~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끝냈다. 이날 황준서는 포심 패스트볼(30구)과 포크볼(24구), 커브(5구), 슬라이더(3구)를 섞어 총 62구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에 그쳤지만, 포크볼과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걸치면서 직구의 위력까지 함께 살아났다.
백미는 6회 홍창기와 승부였다. 황준서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포크볼과 직구를 잇달아 꽂았다. 시속 143㎞ 직구 이후에는 시속 105㎞ 커브를 크게 떨어뜨렸다. 공 하나에서 38㎞까지 발생한 구속 차에 리그 정상급 선구안을 가진 홍창기도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황준서는 원래 이런 투수였다. 그는 장충고 시절부터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함께 낙차 큰 포크볼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포크볼은 고교생답지 않은 완성도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까지 끌었다.

잠재력도 일찍부터 인정받았다. 2학년이던 2022년 스타뉴스 주관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미래 스타상을 받았고, 3학년을 마친 뒤에는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그해 퓨처스 스타대상 야구 부문 대상도 황준서의 몫이었다.
프로 입단 후에는 오히려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이 따라붙었다. 키 185㎝, 몸무게 78㎏의 마른 체구와 시속 140㎞ 중후반에 머무는 구속, 시즌을 치르면서 떨어지는 체력이었다.
그러나 황준서는 이제 겨우 21세다. 전체 1순위 지명 역시 단순히 '언젠가 구속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는 능력과 경기 운영, 좌완으로서의 희소성과 성장 가능성을 모두 인정받았기에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23일 LG전은 그 평가를 다시 떠올리게 한 경기였다.
시속 150㎞를 던지지 않아도 낮은 코스를 활용하고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던지면 리그 최강급 타선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예정에 없던 2회 등판에도 4⅓이닝을 책임지며 무너진 경기를 수습했다.
당장 한화 선발진에 빈자리가 생긴다면 김경문 감독이 황준서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완성된 선발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황준서는 이날 적어도 자신이 왜 계속 선발 후보로 거론돼야 하는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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