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김서현(22)이 구속 저하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시속 155㎞ 강속구를 뿌렸다. 그보다 반가운 건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딛고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김서현의 모습이었다.
김서현은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7회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3일 LG전 이후 정확히 4개월 만의 무실점 피칭이었다.
한화는 3-12로 패했다. 선발 박준영이 1⅔이닝 3피안타(2홈런) 5사사구 1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초반부터 승부가 크게 기울었다. 그 대신 어린 투수들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했고,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김서현도 그중 한 명이었다.
가장 눈에 띈 숫자는 전광판에 찍힌 '155㎞'였다. 지난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05일 만에 1군으로 돌아왔던 김서현의 당시 최고 구속은 시속 151㎞였다. 지난해 시속 161㎞까지 찍었던 파이어볼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구속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했다.
정작 당사자는 오히려 개의치 않았다. 3일 전 취재진과 만난 김서현은 "구속을 올리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있다. 제구가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기면 구속도 더 올라올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웬만하면 구속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시속) 151㎞ 정도 나왔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사흘 뒤 김서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강속구를 던졌다. 문보경을 상대한 초구가 시속 155㎞가 나왔고, 이후에도 153㎞, 152㎞, 153㎞으로 꾸준히 빠른 구속이 찍혔다.
그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투구 내용이었다. 이날 김서현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포심 패스트볼을 9구 던진 반면, 커브는 그보다 많은 11구를 구사했다. 평균 131㎞, 최고 135㎞의 느린 커브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과 몸쪽에 골고루 활용했다.
과거처럼 변화구가 크게 빠지면서 승부가 어려워지는 장면도 많지 않았다. 박해민과 오스틴 딘을 상대로는 커브를 활용해 땅볼 타구를 끌어냈다. 오히려 송찬의와 문보경에게는 바깥쪽 직구를 잘 공략당해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공 자체가 크게 잘못됐다기보다는 LG 타자들이 노림수를 갖고 대응한 쪽에 가까웠다.
가장 인상적인 승부는 최근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문정빈을 상대로 나왔다. 문정빈은 앞선 타석에서 좌월 스리런을 터트릴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김서현-허인서 배터리는 강속구로 힘 대 힘 승부를 택하지 않았다.

초구부터 바깥쪽 낮은 곳으로 커브를 연거푸 떨어뜨렸다. 슬라이더처럼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궤적에 문정빈의 방망이가 두 차례 따라 나왔다. 결정구 역시 직구가 아니었다. 바깥쪽 변화구를 의식한 타자의 허를 찌르듯 몸쪽으로 커브를 던졌다. 김서현이 최근 강조했던 '타자와의 승부'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지난달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김서현은 권민규(20)와 함께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에서 바이오메카닉 측정과 피치 디자인 등을 점검했다. 김서현에 따르면 권민규가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보다 초점을 맞췄다면, 자신은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와 피치 디자인을 세밀하게 살폈다. 귀국 후에는 2군에서 투구 동작을 보다 간결하고 일정하게 만드는 작업도 이어갔다.
물론 일본에서 몇 주 훈련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해당 시설을 확인한 KBO 구단 육성 관계자 역시 단기간에 퍼포먼스를 바꾸는 것보다 선수의 문제를 진단하고, 귀국 후 그에 맞는 훈련을 얼마나 지속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이 지금 추구하는 방향도 '더 빠르게'가 아닌 '더 정확하게'다. 시속 161㎞ 강속구를 다시 찍으려고 힘부터 쓰는 대신 원하는 곳에 변화구를 던지고 타자와 승부하길 원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준비하고 있는 대로 하겠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으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 김서현. 이날 시속 155㎞ 강속구보다 더 반가웠던 건 어쩌면 문정빈에게 던진 마지막 몸쪽 커브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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