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전설'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가 45년 KBO리그 역사에 또 하나의 불멸의 대기록을 아로새겼다. 2006시즌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펠릭스 호세(61)가 20년 동안 굳건히 지키고 있던 '역대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역사적 대기록의 제물이 된 투수가 다름 아닌 '절친' 박석민(41) 삼성 라이온즈 2군 코치의 아들 박준현(19·키움 히어로즈)이었다는 점이다.
최형우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맞대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초 첫 타석부터 초대형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삼성이 무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상대 선발 투수 박준현의 초구 시속 152km 짜리 빠른 직구를 거침없이 통타했다. 스트라이크존 한복판 낮은 코스로 파고든 강속구를 완벽한 타이밍에 걷어 올렸고, 타구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까마득하게 날아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다. 최형우의 시즌 16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10번째, KBO리그 통산 1156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이 한 방으로 최형우는 KBO리그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42세 8개월 10일의 나이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최형우는 종전 롯데 소속 펠릭스 호세가 2006년 8월 31일 잠실 두산전(41세 3개월 29일)에서 세웠던 역대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을 무려 20년 만에 경신했다. 기록 자체의 무게감도 대단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연출된 스토리 또한 야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타석의 최형우를 상대한 투수는 '삼성 왕조' 시절 최형우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며 영광을 함께했던 박석민 코치의 아들 박준현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올스타전에 출전해 삼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꼬마' 박준현은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유망주로 성장해 당당히 1군 무대에 섰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장 든든했던 선배' 최형우는 자비가 없었다. 풋풋한 조카뻘 후배의 패기 넘치는 150km를 넘어가는 초구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역사의 한 페이지로 승화시켰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최형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해 내며 써 내려간 이번 최고령 만루포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KBO리그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홈런 중 하나로 기억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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