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했던 침묵을 단 한 방으로 날려버리자 현지 여론이 들끓었다. 극심한 슬럼프와 벤치 대기 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려온 김하성(31·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 영웅으로 우뚝 섰다. 현지 언론과 팬들의 열광적인 찬사는 물론, 사령탑 역시 뭉클한 소감을 전하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김하성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5-5로 맞선 9회말 2사 찬스에 대타로 출전해 승부를 끝내는 짜릿한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066에 불과했다. 최근 10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상황. 하지만 9회말 2사, 더블 스위치로 투수 타석에 찾아온 대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김하성은 다저스의 특급 좌완 불펜 태너 스캇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 끝에 시속 103마일(약 166km)짜리 총알 타구를 좌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지난 6월 3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터진 시즌 6번째 안타가 가장 화려한 끝내기 안타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애틀랜타 더그아웃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동료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김하성에게 격렬한 물세례를 퍼부었고, 유니폼 상의가 찢어질 정도로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사령탑의 감회도 남달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월트 와이스(63) 애틀랜타 감독 역시 김하성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구단 공식 SNS에 따르면 와이스 감독은 "김하성을 생각하면 정말 기쁘다. 이 리그에서 엘리트였던 선수에게 이번 시즌은 매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라며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운 와중에도 그는 절대 입을 삐죽거리거나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never pouted)"라고 돌아봤다.
이어 와이스 감독은 "김하성은 매일 죽도록 노력했고, 매일 수많은 스윙을 돌리며 이겨내려 애썼다"면서 "이런 순간을 맞이한 것은 정의이자 정당한 보상이다. 야구가 이처럼 묵묵히 인내하고 땀 흘린 선수에게 보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멋지고 행복한 일"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동료들도 김하성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잘 알기에 모두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덧붙였다.
1할도 되지 않은 김하성을 끝내기 찬스에서 기용한 이유도 밝혔다. 와이스 감독은 "김하성은 분명 이번 시즌을 어렵게 보내고 있지만, 커리어 내내 좌완 투수에게 강했던 선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김하성이 시즌을 앞두고 다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지 반응 역시 뜨겁다. 중계진은 "가장 예상치 못했던 영웅(The unlikeliest of heroes!)"이라며 김하성의 깜짝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그동안 김하성의 부진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던 MLB.com의 애틀랜타 담당 기자 마크 보우먼 조차 SNS를 통해 "김하성, 이제 칠 때 됐다. 거봐, 내 말 맞지?"라며 유쾌하게 태세를 전환했다. 이어 "2000만 달러(약 277억 원)짜리 승리다. 9회말 2사에서 터진 최고의 한 방"이라며 김하성의 결정적 활약과 몸값에 걸맞은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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