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줄 영웅 '토르'인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등판 때마다 폭탄을 터뜨리는 '봄버맨'이었다. 브루스 짐머맨(31)이 시즌 막판 한화에 큰 고민을 안기고 있다.
짐머맨은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63구를 던져 9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5실점을 기록, 3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짐머맨은 가을야구를 향한 한화의 승부수였다. 16경기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ERA) 4.92로 아쉬움을 남긴 윌켈 에르난데스를 대신해 짐머맨을 택했다. 인센티브 포함 최대 44만 달러(약 6억 8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한 짐머맨은 탈삼진은 많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땅볼을 유도해내는 피네스 피처 유형이었다. 김경문 감독도 볼넷으로 신음하고 있는 마운드에 정교한 제구를 갖춘 짐머맨의 합류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훤칠한 외모와 탄탄한 체격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어벤저스의 영웅 '토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와 KBO리그 데뷔전에서 4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끌려나오며 효율적인 피칭의 정석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후 부진에 빠졌다.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7실점하며 첫 패전을 떠안았다.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이닝을 책임졌지만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하며 2연패에 빠졌다. 21일 다시 만난 LG를 상대로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만 잡아내며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7실점하며 무너졌다.
이날도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1회초 흔들리는 SSG 선발 김건우를 상대로 4점을 뽑아냈다.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1점, 김태연의 땅볼 타구 때 3루수 안상현의 실책으로 1점, 허인서의 적시타, 황영묵의 희생플라이로 1점씩을 더했다.
4-0으로 든든한 득점 지원 속에 등판한 짐머맨은 1회 안타 2개를 맞고도 SSG 타선을 잘 잠재우며 실점 없이 1회를 마쳤다.
2회부터 균열이 생겼다. 1사에서 최지훈에게 2루타를 맞았고 2사에선 안상현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존 상단에 걸치는 공이었지만 시속 142㎞ 직구는 충분히 공략 가능했다.

3회에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선두 타자 박성한에게 안타를 맞으며 시작한 짐머맨은 1사에서 김재환에게도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2루에서 전의산에게 던진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이 됐다.
이후에도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 조형우에게 내준 내야 안타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지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에도 임근우에게 다시 한 번 안타를 맞았다. 결국 3회를 채우지 못하고 이형범에게 공을 넘겼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안타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5경기에서 16이닝 소화에 그쳤는데 볼넷은 7개에 불과했지만 안타를 36개나 맞았다. 이 중 피홈런도 5개로 경기당 하나 꼴로 맞았다. 피안타율은 무려 0.429에 달한다. ERA는 13.50에서 14.06까지 올랐다.
제구가 강점인 투수가 이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팀 타자들에겐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은 146㎞에 그쳤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까지 다양한 구종을 섞었고 63구 중 43구를 스트라이크로 뿌렸으나 SSG 타자들에겐 딱 치기 좋은 공인 듯 했다. 난타를 당하며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겼다.
짐머맨 첫 등판 전 한화는 5위에 2.5경기 뒤진 6위였다. 그러나 이젠 8위까지 처지며 9경기 차가 됐다. 연일 폭탄을 터뜨리는 짐머맨과 함께 한화의 가을야구 희망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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