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에서 무려 23년을 버텼다. 이제 KBO 리그 우완 투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900경기 고지를 눈앞에 둔 우규민(41·KT 위즈)이 더 먼 곳까지 바라본다. 투수 역대 최다 출장,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서보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다.
우규민은 지난 2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구원 등판해 통산 899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제 단 한 경기만 더 등판하면 정우람(전 한화 이글스), 류택현(전 LG 트윈스)에 이어 KBO 리그 투수 역대 세 번째로 900번째 등판을 하게 된다. 우완 투수로는 최초다.
휘문고를 졸업한 우규민은 2003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2004년 8월 24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1군에 데뷔한 뒤 LG에서 2016년까지 뛰었고,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2024년부터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3년 동안 맡지 않은 보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LG에서는 마무리로 활약하며 2006년부터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고, 2007년에는 30세이브를 올렸다. 2013년 선발로 변신해서는 2015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삼성 이적 후에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2021년 24홀드를 기록했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시즌 연속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게 쌓은 통산 기록이 899경기 88승 89패 123홀드 91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이다. 1504⅔이닝 동안 삼진 947개를 잡았다. 선발로 130경기, 중간계투로 504경기, 마무리로 265경기에 나섰다.
900경기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규민은 이미 KBO 리그 우완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이제 그보다 앞에 있는 투수는 1005경기의 정우람과 901경기의 류택현뿐이다. 한 경기만 더 나가면 900경기를 채우고, 이후 두 경기이면 류택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우람의 역대 투수 최다 출장 기록도 바라볼 수 있다. 보통 불펜 투수들의 등판 빈도를 고려하면 최소 3년 가까이 꾸준히 현역으로 뛰어야 넘볼 수 있는 숫자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지금의 우규민이라면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우규민은 KT에 합류한 뒤 매년 평균 46경기 이상을 등판하고 있다.
올 시즌도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우규민은 올해 42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4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33⅔이닝을 책임지며 KT 승리조의 한 축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40대에 접어든 투수가 단순히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팀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그에게 최다 출장만큼이나 간절한 목표도 있다. 한국시리즈다. 공교롭게도 우규민이 오래 몸담은 팀들은 그가 떠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LG는 우규민이 삼성으로 떠난 뒤인 2023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삼성 역시 우규민이 KT로 옮긴 다음 시즌인 2024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긴 시간 동안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갖고 있다. 투수인 만큼 경기 수로는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40·19시즌 1893경기), 유강남(34·16시즌 1365경기), 키움 히어로즈 오선진(37·19시즌 1295경기), KIA 타이거즈 고종욱(37·17시즌 1127경기) 등에 밀리지만, 23년간 한국시리즈 무대를 못 밟은 건 그뿐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그 꿈에 가까이 가 있다. KT는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선두 삼성에 0.5경기 뒤진 2위를 기록 중이다. 우완 최초 대기록을 눈앞에 둔 노익장이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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