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지만 한태준(22·서울 우리카드)은 한뼘 더 성장해 있었다.
우리카드는 20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 KB손해보험과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B조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21, 25-21)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KB손해보험이 2연패를 당한 가운데 첫 승과 함께 4강 진출을 확정한 우리카드의 중심엔 한태준이 있었다.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 전부터 한태준에 대해 "크게 부상도 없고 상태도 좋다. 온지 얼마 안됐고 휴식도 취하며 맞출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다"면서도 "마지막 훈련 때 전체적으로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포짓 스파이커 하파엘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와 아웃사이트 히터 김형근을 중심으로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마틴 아흐마디(등록명 마틴), 이시몬과 박진우까지 고루 활용하며 셧아웃 승리를 이끌어냈다. 아라우조가 18점(공격 성공률 61.54%), 김형근이 14점(48%), 마틴이 11점(76.92%)로 높은 공격 효율도 뽐냈다.
경기 후 박철우 감독은 "한태준이 운동신경이 좋다. 어떤 식으로 할 때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는지, 누굴 살려줘야 하는지도 대표팀 다녀와서 (판단이) 더 좋아졌다. 팀이 잘 되려면 세터와 내가 잘해야 한다고 했다"고 평가했다.

한태준 스스로도 대표팀이 큰 성장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나 경기할 때 마음가짐, 멘탈적으로 많이 배우고 왔다"며 "수술하고 힘들었고 마음도 처져 있었는데 대표팀에서 국제 경쟁력을 체감하고 왔고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풀어가는 법을 느꼈다"고 전했다.
국가대표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황택의(30)와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으나 한태준은 "(황)택의 형과 상대편에서 마주하는 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그런 걸 신경 쓰기보다는 새 시즌 첫 경기이기에 호흡을 생각하고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아라우조와 쌍포를 이뤘던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가 팀을 떠나며 공백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마틴을 잘 살리며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한태준은 "작년엔 쌍포를 활용했다면 이번엔 중앙과 시간차를 연습하고 있다. 알리가 없다고 해도 우리팀엔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많기에 잘 요리한다면 우리카드가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마틴과는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이 많지 않지만 예상보다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한태준은 "연습 때는 이렇게 맞진 않았는데 영상 많이 봤더니 흐르는 속공을 좋아하더라"며 "더 대화를 하면서 호흡을 맞췄는데 오늘 마틴의 몸이 너무 좋아서 특별히 할 것 없이 올려주면 알아서 잘 때려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베테랑 외인 아라우조의 활용법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박철우 감독은 아라우조에 대해 컨디션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텀이 짧을 때는 안 좋은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태준은 "나이가 많으신 형님이라 표정만 봐도 드러난다. 땀을 엄청 흘린다"며 "저도 아라우조에겐 찬스볼이 왔을 땐 좋은 공만 올리려고 하고 안 지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라본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하루 휴식 후 수원 한국전력과 1위 결정전을 치르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인천 대한항공 혹은 천안 현대캐피탈과 격돌한다. 다음 경기에선 베테랑 세터 이민규, 결승에 오르면 한선수 혹은 황승빈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한태준이 펼칠 세터 대결이 이번 컵대회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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