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전 1000달러(약 133만 원)를 주고 산 '황금 티켓'을 마침내 월드시리즈에서 쓰게 됐는데, 정작 돌아온 건 꼭대기 층이나 입석이었다. 여기에 44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일반 티켓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밀워키 브루어스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AP 통신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21일(한국시간) "밀워키의 '타임리스 티켓(Timeless Ticket)' 구매자들이 2026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좌석 배정을 두고 구단에 항의했고, 결국 밀워키가 공식으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타임리스 티켓은 밀워키 구단이 2014년 발표해 이듬해 판매한 특별 상품이다. 단 1000장만 제작됐고 가격은 장당 1000달러였다. 황동으로 만든 실물 티켓에 구매자의 이름과 고유 번호까지 새겼다.
핵심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구매자는 미래의 밀워키 홈경기 가운데 원하는 한 경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심지어 월드시리즈 7차전도 가능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에도 이 같은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그리고 올해 밀워키가 정말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밀워키는 정규시즌 103승 59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승률을 기록한 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3승 1패로 제압했다. 이어 NL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서는 월드시리즈 3연패를 노리던 LA 다저스를 4연승으로 쓸어버렸다. 1982년 이후 무려 44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이었다.

11년 동안 타임리스 티켓을 아껴온 팬들에게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기다려온 셈이었다. 그러나 막상 좌석을 신청하자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구매자들은 가장 높은 층의 400번 대 테라스석이나 입석 등 제한된 자리만 제시받았다. 구매 당시에는 시즌권자 배정 이후 남아 있는 좌석 가운데 '가장 좋은 좌석'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안내받았다는 것이 팬들의 주장이다.
특히 불만을 키운 건 월드시리즈 티켓 가격이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이 티켓데이터닷컴을 인용해 전한 자료에 따르면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1차전의 '겟인 프라이스(Get-in price·입장 가능한 최저 가격)'는 3107달러(약 412만 원)까지 올랐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아메리칸리그 우승 확정 직후에는 3169달러(약 421만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사흘 사이 14% 상승한 가격이다.
이는 지난 2월 슈퍼볼 경기 직전 최저 가격 3361달러(약 447만 원)와도 큰 차이가 없다. 티켓데이터닷컴은 현재 가격이 유지된다면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비싼 경기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가 맞붙었던 2016년 월드시리즈 4차전의 1809달러(약 241만 원)였다.
2차전도 최저 가격이 2748달러(약 365만 원)에 달했다. 반면 탬파베이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리는 3~5차전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최근 현지 보도에서도 3차전 최저 재판매 가격은 680달러(약 90만 원), 4차전은 734달러(약 97만 원) 수준이었다. 밀워키 팬 가운데 항공편과 숙박비를 더하더라도 탬파까지 원정을 가는 편이 더 싸다며 실제 원정 관람을 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11년 전 1000달러를 먼저 지불하며 구단을 믿었던 팬들이 정작 가장 높은 층의 400번 대 테라스석이나 입석을 제시받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밀워키 팬 대니 포체사토 씨는 "구매 당시에는 티켓 사용 시점에서 남아 있는 좌석 가운데 가장 좋은 좌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2018년 밀워키가 NLCS에 진출했을 때 가상 월드시리즈 좌석을 신청했을 때는 홈플레이트 뒤 100레벨 좌석을 배정받았었다. 하지만 실제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올해는 선택지가 크게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밀워키가 고개를 숙였다. 릭 슐레진저 구단 사업 운영 부문 사장은 "타임리스 티켓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일부 팬이 받은 좌석이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 우리의 실수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파격적인 보상도 내놨다. 월드시리즈 관람을 신청한 타임리스 티켓 구매자들은 이번에 배정받은 좌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동시에 원래 보유한 타임리스 티켓도 소진 처리하지 않고 향후 다른 경기에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1년 전 1000달러였던 티켓의 가치는 밀워키의 44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과 함께 수백만 원대로 뛰었다. 하지만 정작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 좌석 배정 논란이 발생했고, 밀워키는 결국 월드시리즈 티켓과 미래의 또 다른 경기까지 보장하며 팬들을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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