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보이면 내 거 써봐."
경기 도중 심판이 갑자기 자신의 안경을 벗어 선수에게 건넸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심판의 제안을 받은 '스누커 레전드' 마크 윌리엄스(51·웨일스)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TNT스포츠는 24일(한국시간) "마크 윌리엄스가 2026 북아일랜드오픈 8강에서 데이비드 길버트를 꺾는 과정에서 심판의 안경까지 빌려 썼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개인 통산 28번째 랭킹대회 우승을 노리는 스누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스누커는 당구의 한 종목으로, 빨간 공 15개와 여러 색깔의 공을 정해진 방식에 따라 포켓에 넣으며 점수를 쌓는 경기다.
다만 이날 승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경기 초반 길버트에게 2-4까지 끌려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베테랑의 저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흐름을 바꾼 윌리엄스는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이날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윌리엄스는 먼 거리에 있는 빨간 공을 포켓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분홍색 공이 일부 진로를 가리고 있어 정확한 샷 각도를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해설진도 "정말 어려운 샷"이라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역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몸을 숙여 여러 차례 각도를 살펴보던 그는 갑자기 오른쪽 눈을 손으로 가린 채 공을 바라봤다. 그래도 답을 찾지 못했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윌리엄스가 다시 몸을 일으킨 채 고민을 이어가자 이번에는 심판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윌리엄스에게 건넨 것이다. 윌리엄스도 주저하지 않았다. 심판의 안경을 받아 직접 썼다.
관중석에서는 큰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윌리엄스 역시 마치 안경을 쓰자 갑자기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는 듯한 익살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해설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만 윌리엄스는 결국 애초 시도하려던 어려운 샷 대신 안전한 선택을 했다.
해설진은 "심판의 안경 도움까지 받았지만 결국 윌리엄스는 샷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래도 적어도 실수는 하지 않았다"고 농담했다.
실제로 재미있는 해프닝 이후 윌리엄스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흐름을 뒤집으며 2-4에서 6-4로 역전, 결국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해설진은 윌리엄스의 경기력을 두고 "상대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감탄했다.

TNT스포츠는 "윌리엄스는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초반 열세를 뒤집어낸 모습을 보면, 안경의 도움을 받든 받지 않든 윌리엄스가 개인 통산 두 번째 북아일랜드오픈 우승을 추가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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