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냐 외설이냐, 예술이냐 절도냐

신희은 기자 / 입력 : 2009.08.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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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30초간 나체모델의 사진을 촬영해 화제가 된 뉴욕 사진작가 자크 하이만.


예술과 불법행위,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일상을 전복시키는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을 끄는 작가들이 부쩍 늘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자크 하이만이 대표적인 '문제의 인물'이다. 그는 대낮에 만원 지하철에서 나체 모델을 찍어 논란이 됐다. 뉴욕 타임스퀘어, 차이나타운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아가 누드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만은 "공공장소에서 누드촬영을 하는 것은 클래식 누드 페인팅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일 뿐 포르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언제든지 경범죄 범칙금을 낼 돈을 가지고 다닌다"며 "내 작품은 절대 음란물이 아니며 경찰이 목격한 적은 있어도 범칙금을 낸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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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부터 서울 청담 갤러리현대에서 '나도의 우수' 개인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김미루(28)의 작품 '맨해튼 다리(2009)'



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딸로 유명세를 치른 신예 사진작가 김미루(28)도 25일 개인전에서 한밤에 뉴욕 맨해튼 다리에 알몸으로 올라 찍은 사진을 선보였다. 사전 신고나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다리에 오른 그에 놀란 뉴욕시당국이 헬기를 띄우기도 했다.

김미루는 "맨몸으로 다리에 올라가 사진을 찍은 후 내려갔더니 헬기가 철수했다"며 "감탄의 눈으로 올려다보던 맨해튼 다리에 서니 지나가는 지하철에 다리가 진동하는 짜릿함과 도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작가의 파격적인 작품활동은 '공연음란죄'와 '사진예술'의 기로에 놓여 있다.

종합법률사무로 로피스 측은 "아무리 새벽이라 하더라도 2인 이상이 있고 타인이 인식 가능한 장소라면 형법상 공공장소에 해당된다"며 "공공장소에서의 예술 행위가 타인의 성적 수치심, 성욕을 자극시켰는가에 따라 문제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출입이 금지된 공장, 폐허 등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하는 행위는 '무단침입죄'에 해당된다. 소유자 몰래 들어가면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다만 소유자와 신고자가 없는 폐허는 법적인 테두리 밖에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죄'에 해당될 수 있는 예술행위들은 사회통념상 정당성을 인정받아 용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하고 예술적 발상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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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부터 서울 화동 선재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욕망과 마취' 함경아 작가(43)의 전시작품 '스틸 라이프(Steal Life,2009)'.


최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훔친 물건들로 서울 화동 선재아트센터에서 '욕망과 마취'라는 개인전을 여는 함경아(43) 작가도 "잡아갈 테면 잡아가 보라"며 "전리품으로 채워진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비하면 자신의 '좀도둑'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절도죄가 아닐까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함경아가 훔친 물건이 붓, 머그잔, 접시 등 소소한 물품인데다 금전적으로 가치가 크지 않아 수사대상은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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