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 "홍콩 톱모델 버리고 '아이리스2' 택한 이유요?"(인터뷰)

KBS 2TV '아이리스2' 젊은 정수민 역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3.03.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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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사진=구혜정 기자


홍콩에서의 모델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행복했다. 능통한 중국어는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줬고, 각종 CF에 단골로 출연했다. 홍콩 중심가에서 몇 미터만 걸어가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야'(Naya)라는 이름은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과 달리 모델에 대한 대우도 남달랐기에 그녀는 그 '천국'을 떠나는 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예전부터 꿈꿨던 연기자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거렸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 나연(27, 본명 이나경)이 홍콩을 떠나며 가슴 속에 새긴 다짐이다.

나연은 지난 2월 27일~28일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극본 조규원 연출 표민수 김태훈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5회~6회에 젊은 백산(정석원 분)의 옛 사랑 정수민 역으로 출연했다. 젊은 백산과 사랑했지만 아이리스 조직에 의해 둘 다 큰 부상을 입고, 서로가 죽었다고 믿고 살아가게 되는 가슴 아픈 사랑을 하게 된다. 전체 극 전개에 있어서도 백산(김영철 분)이 정유건(장혁 분)의 아버지임을 암시, 흥미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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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아이리스'


◆홍콩서 모델 '나야'로 활동하다 귀국.."연기 꿈 이루고 싶었다"

나연은 청순한 외모에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죽음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젊은 백산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나 병원에 이송된 뒤 백산이 죽어다는 소식을 듣고 허망하게 눈물 흘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어디서 저런 신인연기자가 나타났을까?',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가 홍콩 톱모델 '나야'였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왜 다 버리고 왔을까'.


"홍콩 생활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홍콩에서 살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더 늦기 전에 연기자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용기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했었는데 홍콩에서 모델 생활을 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은 거죠. '할 수 있을까'에서 '한 번 해보자'로요."

나연은 지난 2012년 홍콩으로 건너 가 모델 생활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잠깐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홍콩에서 그녀의 대접은 '톱'급이었다. 캐논, 네슬레 등 다국적기업 모델로 활동했으며 화장품브랜드 라네즈 현지 모델로도 일했다. 왕성한 활동에는 능숙한 중국어가 무기가 됐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운 중국어가 빛을 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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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 홍콩에서 '나야'(Naya)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사진제공=포레스타엔터테인먼트>


◆중국어 능통 덕 홍콩서 '천국'같은 모델 생활.."왜 왔냐고요?"

"2005년 첫 해외여행지가 중국이었어요. 그때 인상이 너무 좋아서 바로 다음해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죠. 일부러 한국 학생들이 없는 곳을 찾아 1년 반 정도 현지에서 공부했어요. 정말 중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떠난 거였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나연은 2007년도에 귀국,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CF 모델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2011년에 다니엘 헤니, 메기 큐 등이 소속된 홍콩 3대 에이전시인 홍콩 스타즈 피플 오디션을 봤고, 그녀의 잠재력을 간파한 스타즈 피플 측의 설득 끝에 홍콩에서 모델 생활을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연기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여겼거든요. '감히 내가?' 이랬어요. 두려움이 크고 용기가 없었죠. 좀 돌아가자는 생각에 연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연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가 우연히 홍콩 모델 오디션을 봤는데, 저는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였는데 그쪽에서 제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제의를 거절했는데 6개월 정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연락이 왔어요. 배우의 길이 당장 열리지 않더라도 홍콩에 가서 활동하는 게 분명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떠났습니다."

나연은 그렇게 2012년 초에 홍콩으로 떠났고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타오'(tao)라는 중화권 유명 잡지의 커버를 장식했다. 이후 계속 일이 밀려들어왔다. 어느 날에는 홍콩 중심가를 걷는데 200미터 길이의 거리에 자신이 등장한 CF광고판이 쭉 늘어서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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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사진=구혜정 기자


"홍콩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죠. 모델로서 삶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었어요. 홍콩은 모델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좋았어요. 한국은 연예인들이 주로 CF모델을 하지만 홍콩은 광고도 모델들이 다하거든요. 연예인들이 하는 거는 소수고요. 모델들을 대우해 주고 집고 제공해주고요. 더할 나위 없었죠. 그런데 안주가 무서웠어요. 이렇게 살면 부족할 거 없이 살 거는 같은데, 제 오랜 꿈은 잃을 거 같더라고요.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죠. 원래 가려던 목적을 생각해봤습니다. '여기까지다. 한국에 가서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자'고 각오했어요. 아무도 알아봐주는 사람도 없고 연줄도 없지만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난해 말 한국에 왔고, '아이리스2'에 도전하게 됐다. '꿈'을 향한 첫발이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역할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제 신은 비록 적었지만 감독님(표민수)이 제게 준 시나리오는 백산과 정수민 얘기가 담긴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었어요. 10번 가까이 읽으니 비로소 정수민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걸로 공부를 많이 했죠. '아이리스2' 같은 대작에 참여한 게 너무 영광이었고요. 누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정석원과 눈물의 이별 연기.."실제 사랑한다고 계속 생각"

나연은 정석원과 등장 분량 중 드라마 상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나온 병상 장면을 제일 먼저 찍었다.

"침대에서 우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몸이 편한 상태에서 그런 감정을 못 잡을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이 '슛'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백산이 죽었다. 다행히 네 아들을 살렸다. 살고 싶으면 입 다물고 살아'라는 상대방의 대사에 감정몰입이 순간적으로 됐어요. 감독님이 첫 신 촬영 후 "괜찮았다"고 얘기하시는 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한 달 뒤쯤에 나머지 젊은 백산과 정수민의 만남 장면부터 찍었다. 감정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젊은 백산과의 애절한 감정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한 달반 동안 아무도 안 만났어요. 가족들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드라마에서 보면 저와 정석원씨가 등장하는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 계속해 이미지 메이킹을 했어요. 정석원씨를 실제 사랑한다고 계속 생각하려고 했고요. 연기다운 연기가 처음이라서 정말 많이 걱정했어요. 망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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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사진=구혜정 기자


나연은 상대역 정석원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본격 연기가 처음인 그녀를 위한 정석원의 배려는 남달랐다.

"정석원씨가 제 장면만 찍을 때도 앞에서 같이 연기를 해줬어요. 본인이 화면에 안 잡히는 데도 풀샷 찍을 때처럼 같이 연기해주고 함께 울어주곤 했죠.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정석원씨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촬영 들어가기 바로 전날 작품을 위해 봤는데 편안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해줬어요."

나연은 "방송 당일(2월 27일) 집에서 혼자 제 연기를 봤다"며 "처음에는 차마 못 보겠어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다섯 번쯤 장면이 지나니까 제대로 눈 뜨고 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가족들도 각자 다른 방에서 봤어요. 반응이요? 엄마는 '나연이 만세!'라고 하셨어요. 언니는 '너 어디어디가 이상하다'고 했고, 아버지는 '조금 더 오열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하셨죠. 가족들이 가장 냉정한 비판자죠(웃음)."

◆"중화권서 사랑받는 연기자 되고 싶어요!"

나연은 중국어 능통에 수준급 영어실력이라는 장기도 있지만 각종 운동에도 능하다. 수영은 수난구조가 가능할 정도고, 스피드스케이팅, 요가 실력도 남다르다. 메일같이 피트니스센터(하와이짐)에서 운동선수처럼 연습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다.

"등산도 자주 가요. 높은 산은 아니고 청계산이나 남한산성 같은 곳을 주로 가죠. 홍콩에서도 주말마다 등산을 갔어요."

나연은 한국에서 연기자로 성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중화권에서 사랑 받는 연기자가 꿈이라고 했다.

"홍콩에서 살아보니 우리가 중국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언어를 익힌다는 건 의사소통도 있지만 결국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 시끄럽다고만 생각하잖아요. 억양 때문에 때로는 '날 욕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성조 때문에 생긴 오해 같은데, 언어는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기초라고 생각해요.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중화권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그들로부터 사랑 받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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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사진=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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