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퍼펙트 실패' 갈라라가, 팔 부상으로 은퇴 선언

5년 전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을 눈앞에서 날린 아르만도 갈라라가(33)가 은퇴를 선언했다. /AFPBBNews=뉴스1

5년 전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을 눈앞에서 놓친 우완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33)가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이유는 고질적인 팔 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을 취재 중인 미국 폭스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모로시는 8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갈라라가가 은퇴를 선언했다"면서 "그는 현재 윈터 미팅이 열리는 내슈빌을 방문해 마이너리그 투수코치직을 구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와 함께 디트로이트 지역 언론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조지 시플 기자도 트위터를 통해 "갈라라가의 은퇴 이유는 팔 부상이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출신 갈라라가는 지난 2007년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첫 시즌은 3경기 출전에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23으로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나선 30차례 등판(선발 28경기)에서 13승 7패 평균자책점 3.73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활약을 인정받은 갈라라가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4위에 선정됐으며, 2009시즌을 앞두고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베네수엘라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의 활약은 반짝 활약에 불과했다. 갈라라가는 2009년 6승 10패 평균자책점 5.64로 부진했다. 이듬해에도 4승 9패 평균자책점 4.49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그래도 갈라라가는 2010년 6월 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당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갈라라가는 9회초 2아웃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았고,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날드를 1루수 방면 땅볼로 유도한 뒤 베이스커버를 통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타이밍 상 완벽하게 아웃이었기에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이 작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시 경기 1루심이었던 짐 조이스는 명백히 타자 주자가 늦게 1루 베이스를 밟았음에도, 어처구니없게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경기장을 뒤덮었던 환호는 이내 야유로 바뀌었고 갈라라가를 비롯한 디트로이트 선수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시 디트로이트 감독이었던 짐 릴랜드도 조이스 1루심의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그라운드로 들어와 항의를 했다. 그러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갈라라가는 후속 타자를 범타로 잡고 1피안타 완봉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나 아쉬웠던지 경기가 끝난 직후 디트로이트 선수들은 조이스 1루심에게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판정 번복을 호소했지만, 끝내 오심은 뒤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갈라라가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줬다. 심판의 오심으로 허망하게 퍼펙트게임 달성에 실패한 갈라라가는 이튿날 경기에서 구심으로 배정된 조이스에게 다가가 미소를 띠며 경기의 라인업 카드를 건넸다.

이후 갈라라가는 2010시즌을 끝으로 디트로이트를 떠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2012)에서 도합 3승 8패를 기록한 뒤 2013년에는 콜로라도 로키스, 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팀에서 뛰었다. 하지만 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빅 리그로 돌아오지 못했고, 올해 멕시칸 리그의 페리코스 데 푸에블라 소속으로 3승 3패 평균자책점 3.75의 성적을 거둔 뒤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모로시에 따르면 갈라라가는 이날 '만약 조이스 1루심이 그때 도날드에게 아웃판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갈라라가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범하게 "글쎄요, 조이스가 아웃을 불러서 그냥 퍼펙트게임이 선언됐다면 아무래도 내가 덜 유명해졌겠죠"라는 유쾌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