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프로야구 위기의 원인은 용병제도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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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니퍼트-테임즈-로저스.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가 14년 만에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5년이 저물고 2016년이 시작됐다. 포수 출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초보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기쁨을 누렸다. 두산 베어스의 우승 뒤에는 외국인 용병 투수 더스틴 니퍼트(35)의 포스트 시즌 24 1/3 이닝 연속 무실점 역투가 존재한다.


더스틴 니퍼트의 재계약도 KBO 규약 상 마감 시한인 2015년12월31일을 넘겼다. 관례 상 1월에 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더스틴 니퍼트의 2015년 연봉은 150만 달러였다. 12월30일 현재 매매 기준율 1달러 1173원을 적용하면 약 17억6000만원에 이르는 몸값이다. 용병 선수에게는 그 외에도 여러 부대 조건이 붙는다. 가족의 고향 방문 왕복 항공권, 주택 제공 등이다. 따라서 두산 베어스는 지난 해 니퍼트에게 사실상 20억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고 보면 된다.

삼성, 그리고 NC 다이노스가 외국인 용병들의 활약에 힘입어 2015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결국 페넌트레이스에서 용병 덕을 보지 못한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부상에서 돌아온 니퍼트의 대단한 역투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처음으로 10구단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외국인 용병이 주도하는 무대로 변해가고 있다. 롯데의 사도스키, LG의 잭 한나한 등 용병 출신 스카우트가 한국프로야구단에 고용돼 메이저리그와 중남미 프로야구 현지에서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새로운 용병을 찾고 있다.

지난해 시즌 후반 한화 유니폼을 입고 ‘불꽃’ 역투를 펼친 우완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계약금 20만달러 연봉 170만 달러로 총액 190만 달러(약 22억원)에 한화와 재계약했다. 정규시즌 MVP인 NC의 에릭 테임즈는 150만달러(약 17억원), KIA의 새 용병 헥터 노에시는 170만달러(약 20억원)에 한국프로야구로 왔다.

대충 짐작해도 한 구단이 용병 3명을 보유하고 한 명당 평균 15억원 이상을 쓴다고 보면 한국프로야구 구단이 용병에만 연간 50억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넥센 히어로즈는 용병 코치들까지 영입해 팜 시스템을 바꾸고 있고 롯데 자이언츠도 훌리오 프랑코를 2군 타격코치로 영입했다.

글쓴이는 메이저리그와 미국 프로 스포츠의 발전 배경을 취재하고 연구했던 2007시즌 말 특파원으로 일하던 미국 현지에서 프로야구 용병 제도의 한시적 폐지를 제안했다. 당시 글을 읽으며 2016시즌 한국프로야구 현실이 안타까워졌다. 그 글을 소개한다.

<2007년 12월18일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LA 다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2008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참가하는 박찬호(34)가 '야구인 박찬호'라는 표현으로 축하 화환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야구를 하는 사람은 선수나 코치 감독 모두의 평생 목표가 '야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야구인들은 침묵하고 있는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작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을까.

롯데가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국인 용병 감독을 영입했을 때 모 야구인은 "올 것이 왔다. 이제 한국에서 누가 자식을 야구 시키겠는가"라며 한숨을 지었다. 이제 실업이 만연한 한국프로야구에는 용병 코치에 이어 용병 선수, 마지막으로 감독까지 탄생했다. 한겨울인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꿈은 프로에 진출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야구인의 마지막 도전은 한국에 8명(2015시즌부터 10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프로야구 감독이다.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1993년 총 관중 443만7149명으로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의 황금기는 1995시즌 540만6374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절정을 이루었으나 1996년 449만8082명을 마지막으로 4년 연속 400만 관중시대를 마감했다.

이후 인기가 시들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흥미 요소의 감소와 경기의 질적 문제를 이유로 삼고 외국인 용병 제도의 도입에 나섰다.

용병 원년인 1998시즌 OB(현 두산)에서 타이론 우즈를 페넌트레이스 MVP로 탄생시킨 용병제도는 10년째인 올 시즌(2007년) 역시 두산에서 다니엘 리오스를 22승 투수이자 통산 2번째 용병 MVP로 배출했다. 1999년 현대의 정민태가 마지막 20승 투수가 된 이후 8년 만에 다시 20승 투수가 나왔는데 주인공은 용병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는 SK가 레이번, 두산이 리오스였다. 이제 한국프로야구의 중심에는 용병이 서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가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기록하기는 했는데 그것은 용병이 활약해 프로야구가 인기를 되찾고 경기의 수준이 향상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용병 제도는 프로야구 경영진으로 하여금 더욱 더, 절대적으로 용병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팀 성적을 못 냈을 때 용병을 잘못 뽑아서라고 변명하면 다들 당연하다는 듯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연고 지역의 아마 야구를 지원하고 활성화 시켜 좋은 선수를 키워내야 하는 프로야구 전체의 책임과 의무가 용병으로 인해 사라져 간다. '선수가 자유 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으면 몸값이 너무 비싸지니까 차라리 싼 용병을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야구인의 입에서 나온 사실에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단지 좋아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야구가 평생 도전할 꿈이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직업으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야구를 해서는 프로 선수가 될 가능성조차 점점 더 희박해지고 감독이 된다는 것은 아예 헛된 망상 수준이 되고 말았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 풋볼(NFL) 유니폼을 한번이라도 입어보는 것이 학교에서 풋볼을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숙원이다. 그런데 매년 10만명에 달하는 고교 4년생 졸업반 풋볼 선수들의 진로를 분석한 결과 약 0.2%에 그친 215명만이 잠시라도 NFL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도전하는 이유는 일단 되기만 하면 평생의 부와 명예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2007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1차 우선 지명 포함 2차 드래프트까지 선발된 선수는 모두 62명이다. 프로야구 취업률은 약 7.7% 정도로 나타났다. 문제는 매년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후면 용병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토종 선수가 없어서 용병 수를 대폭 늘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아무리 야구가 좋아도 부와 명예는 커녕 취업조차 안 되는 스포츠를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시키겠는가.

한국야구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일본에 무릎을 꿇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야구 인구와 저변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국야구계가 메마른 뿌리를 되살리자는 뜻을 모아 용병제도의 한시적 중단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한국야구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2015년 12월30일 스타뉴스 편집국에서>

한국프로야구는 그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사상 첫 10구단 시대인 지난 해 정규 시즌 720경기에서 736만529명, 포스트시즌 24만3,965명으로 총 관중 762만2,494명의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시즌 후 넥센의 박병호, 두산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한국인 스타들이 떠나가고 그 자리를 용병이 메우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대표적으로 한국프로농구의 실패 사례를 목격했다. 용병 제도는 독이 든 임시 처방전이다. 용병 수 확대는 더욱 더 신중해야 하는 사안이다.

한국야구의 발전에 투자돼야 하는 소중한 자금이 이제 용병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야구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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