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2016 한국 경제 위기와 프로야구 마케팅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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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된 잠실야구장. /사진=뉴스1





지난해 후반부터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악재가 돌출하면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을 대표하는 KBO 리그에는 스토브 리그 기간 중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용병 영입 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풀렸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지난 12월30일 4년간 총 38억 원에 재계약한 것까지 무려 761억여 원(20명 합계)의 FA 역사상 최대 몸값을 기록했다. 2014년 630억여 원에서 21% 가까이 오른 액수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30% 가까운 비용 절감, 구조 조정에 돌입하는 상황과는 역행하는 모양새다.

최대 이변 가운데 하나는 삼성 3루수 박석민이 FA 자격으로 NC 다이노스와 계약하면서 4년간 옵션 10억 원 포함 총액 96억 원에 계약한 것이다. 액수도 액수지만 삼성이 분명히 필요한 선수를 NC 다이노스에 빼앗겼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여러 가지 분석과 확인되지 않는 설이 나도는 와중에 '삼성 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에 과도한 돈을 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설도 있다. 그 배경에 소속 선수 임창용의 도박 문제도 언급된다. '삼성이 돈을 너무 많이 주니까 선수들이 큰 도박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여론을 상당히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그래서 삼성 구단이 FA 박석민에게 책정한 몸값이 최대 60억 원이었고 삼성 구단의 정보망에 NC 다이노스측이 이미 100억 원 가까운 액수를 박석민에게 던진 것이 확인되면서 아예 박석민에게 제시조차 해보지 않고 보내 줬다는 추측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


박석민 몸값이 1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25억 원이다. NC 다이노스의 지난해 홈 관중 수입이 약 43억 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NC 다이노스는 홈 관중 수입의 절반이 넘는 돈을 박석민 한 명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박석민을 데려왔다고 해서 홈 관중 수입이 갑자기 배가 될 리는 없다.

글쓴이는 오는 4월13일 열리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8월5일 개막되는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영향이 경제 위기와 더불어 2016 프로야구 관중과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도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전에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메이저리그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심각한 관중 감소가 나타나자 각 구단들이 서둘러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LA 다저스는 스프링캠프를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처음으로 애리조나로 옮겼다. 2월26일 애리조나 스카츠데일에서 전통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펼친 시범 경기 개막전은 당연히 매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5803명만이 구장을 찾아 관중석 절반이 텅 비자 마케팅 전문가들조차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이 관중 감소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으나 미국과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를 결정적인 이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과 비슷했다.

시범 경기의 관중수가 12%나 줄어들자 충격을 받은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이 정규 시즌의 관중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팬들은 물론 마케팅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프로야구 넥센 출신의 거포 박병호가 몸담은 미네소타 트윈스가 가장 기발한 입장권 판매 방식을 내놓았다. 전체 티켓 가격 분류에서 평균값에 해당하는 21달러짜리 입장권을 다우존스 지수와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면 전 주 금요일 다우존스 지수를 기준으로 6000대에서 끝나면 21달러 티켓을 6달러, 7000대면 7달러에 판매하는 것이다. 당시 미네소타 구단의 마케팅 담당 패트릭 클린저 부사장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만 있으면 안 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발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 출신의 외야수 김현수의 소속팀 볼티모어는 생일 마케팅을 시도했다. 홈 팬들은 자신의 생일이 있는 달에 홈구장 캠든 야즈 입장권을 무료로 받게 되었다. 이 전략은 공지 나가고 겨우 열흘 만에 2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는 인기를 누렸다. 페넌트레이스 기간 중이 아닌 오프시즌, 1월부터 3월 사이 생일인 팬들은 4월 입장권, 10월부터 12월까지는 이에 앞선 9월 티켓이 제공됐다.

현재 환율로 한화 1200원이 채 안 되는 티켓도 등장했다. 애틀랜타와 밀워키가 먼저 1달러 티켓을 내놓았고 토론토는 홈경기 81게임 전체를 모두 볼 수 있는 입장권을 95달러에 판매했다. 당시 미국에서 영화 한편의 평균 티켓 가격이 7.18달러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영화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 것이다. 미네소타와 볼티모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성인 1명이 티켓을 구입하면 동반 어린이 2명을 무료입장시키기도 했다.

10구단 시대 2년째를 맞는 2016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어떤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고려하면 지난해 9929원으로 1만 원에 거의 도달한 프로야구 관중 1인당 객 단가(평균 매입액)를 1만 원대로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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