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심했을 후배 위해... PK 선뜻 양보한 손흥민 [★고양]

고양=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11.1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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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황희찬(25·울버햄튼)에게 지난달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맹활약을 펼친 덕분에 대표팀 소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대표팀 경기에선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외면하면서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시리아전 황인범(25·루빈 카잔)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황희찬의 공격 포인트 기록은 이날 여러 차례 놓친 득점 기회에 완전히 가려졌다. 기대감만큼이나 컸던 팬들의 아쉬움은 고스란히 황희찬에겐 마음고생으로 이어졌다.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넣은 페널티킥(PK) 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이날 벤투호는 황인범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파울로 넘어지면서 PK를 얻어냈는데, 황희찬이 직접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3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부담감이 컸을 상황에서도 황희찬은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손흥민(29·토트넘)이 주로 PK를 처리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황희찬이 키커로 나선 건 의외였다. 실제 손흥민은 지난 6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직접 PK 골을 성공시켰다. 지난 2019년 10월 스리랑카와의 2차 예선 역시 PK는 손흥민의 몫이었다.


황희찬이 키커로 나선 게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의 지시는 아니었다. 대신 손흥민의 '양보'가 뒤에 있었다는 게 황희찬의 설명이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PK 전담 키커가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감사하게도 (손)흥민이 형이 양보해줬다"고 설명했다. PK 키커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어도 아무래도 주장인 손흥민의 비중이 큰데, 손흥민이 직접 차겠다는 의지 대신 황희찬에게 선뜻 양보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이날 A매치 데뷔 이후 첫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의외의 양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A매치 9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손흥민은 4차례나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넣었는데, 유독 3경기 연속골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UAE전은 처음으로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PK는 그 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기록 대신 후배를 위한 '양보'를 택했다. 마음고생이 컸을 황희찬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후배가 대표팀 경기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흔쾌히 PK 기회를 넘겨준 셈이다.

황희찬도 그런 손흥민의 배려에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는 '깔끔한 골'로 화답했다. 이 골이 한국의 UAE전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까지 됐으니 더욱 값진 성공으로 남았다. 황희찬은 "최종예선 들어서 골이 없었고, 많은 팬들 앞에서 더 보답하고 싶었던 만큼 (손흥민에게)더 감사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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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는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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