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G 만에' 이정후 데뷔전 안타→멀티히트→홈런+3연속 타점쇼, SF 빅이닝 시발점 9-1 대승... SD 김하성은 무안타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31 13:04
  • 글자크기조절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데뷔전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더니 단 3경기 만에 메이저리그(MLB)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홈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8회초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출루율 0.286, 장타율 0.583, OPS(출루율+장타율)은 0.869로 치솟았다.

데뷔전부터 타점과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전날 멀티히트를 작성하더니 이날 아버지 이종범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홈런까지 날리며 '미친 활약'을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우익수)-맷 채프먼(3루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톰 머피(포수)-닉 아메드(유격수)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이적생 조던 힉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운데)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수비를 마친 뒤 에스트라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이닝일 마무리짓고 플로레스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0)으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타자다. MLB에서도 진작부터 이정후를 눈여겨봤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빅리그의 관심은 들끓었다.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계약 규모는 6년 1억 1300만 달러(1522억원)으로 아시아 야수 중 최고 금액 계약이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로 맹활약을 펼쳤는데 정규시즌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날리고 희생플라이로 역전 타점까지 날렸던 이정후는 30일 조 머스그로브를 상대해 연속 안타를 만들어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로 맞섰다. 딜런 시즈가 힉스와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서울시리즈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김하성은 샌프란시스코와 미국 개막전에선 첫 경기부터 안타를 날렸고 전날은 이정후와 나란히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날 경기 막판까지 김하성의 호수비에 고개를 떨궜다. 1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상대 선발 시즈의 3구 시속 96.9마일(155.9㎞) 포심 패스트볼을 때렸다. 투수 시즈 옆을 지나 안타가 되는 듯 했지만 유격수 김하성이 유려한 수비로 이정후의 타구를 잡아 1루에 깔끔한 송구를 했다.

3회초 팀이 2-0으로 앞선 1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1구 볼을 골라냈고 2구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다. 3구는 다시 볼. 4구 존을 통과하는 슬라이더를 걷어낸 이정후는 5구 몸쪽으로 바짝 붙으며 떨어지는 시속 87.6마일(141㎞) 빠른 공을 때려내 우측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보냈다. 양 팀 관중들을 놀라게 만든 타구는 아쉽게 담장 앞에서 타티스 주니어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지만 3루 주자 머피는 여유 있게 홈을 파고들 수 있었다. 개막전부터 시작된 타점 행진을 3경기 연속 이어갔다.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2, 3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타점을 올렸다. 시즌 3타점째. 이정후에게 3실점 째를 허용한 시즈는 곧바로 강판됐다.

팀이 3-1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이정후가 다시 타석에 올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바뀐 좌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한 이정후는 1구 몸쪽 공을 골라냈고 2구 한복판으로 향하는 스위퍼에 방망이를 뻗지 못했다.

볼카운트 1-1. 그러나 한 번 눈에 들어온 공에 또 당하지 않았다. 3구 시속 77.8마일(125.2㎞) 스위퍼가 몸쪽으로 파고들었지만 오픈 스탠스로 투구를 기다린 이정후에겐 공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운데)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맷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의 타구는 발사각 32도로 높게 치솟아 104.4마일(168㎞)의 타구 속도로 123m를 날아 우측 관중석에 꽂혔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 시즌 전 이정후의 장타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었지만 불과 3경기 만에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정후는 타구와 동시에 껑충 뛰어오르며 홈런을 직감했다. 이날 경기는 미국 전역에 중계됐는데 방송 카메라는 이정후가 홈을 향하기도 전에 곧바로 관중석에서 포효하는 이종범 코치를 비췄다.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올스타 13회 이력을 소개하며 '바람의 아들'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정후의 홈런은 타선 폭발의 시발점이 됐다. 후속 타자 솔레어의 안타와 오스틴 슬래이터의 볼넷, 채프먼의 안타로 1사 만루 밥상이 차려졌다. 타석에 선 플로레스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고 이어진 만루 상황에서 9구 승부 끝에 코스그로브의 몸쪽 싱커를 받아쳐 그랜드슬램을 장식했다. 점수는 단숨에 9-1까지 벌어졌다.

타순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이정후에게 돌아왔다. 이정후는 2사 1,2루에서 다시 타석에 올랐지만 바뀐 투수 에녤 데 로스 산토스를 상대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정후와 달리 김하성은 이날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후의 타구를 낚아채며 수비에선 빈틈 없는 면모를 보였으나 타석에선 달랐다. 2회말 타석에 오른 김하성은 1,2구 힉스의 스위퍼에 속구 무책으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볼 카운트 1-2에서 결정구는 스플리터였다. 존 중앙을 통과한 스플리터에 김하성은 꼼짝 없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image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image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FPBBNews=뉴스1
6회말 힉스를 대신해 올라온 타일러 로저스 상대로 김하성이 다시 타석에 섰다.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김하성은 1루수 팝 플라이로 아쉽게 물러났다. 8회말 타석에 오른 김하성도 대형 타구를 날렸다. 초구에 휘두른 타구는 좌측 폴 옆쪽으로 향하는 대형 파울 홈런이 됐다. 이어 강한 타구를 날렸으나 3루수 채프먼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며 이날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결국 타율은 0.167(18타수 3안타)로 전날 0.214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OPS는 0.440. 2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으나 이날 무안타와 함께 타격 지표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선배이자 먼저 MLB를 경험한 황재균(KT 위즈)은 30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정후의 성공을 진작부터 예상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후는 워낙 잘하는 선수이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잘했는데 빠른 공도 못 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가기 전부터 '너는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범경기부터 잘 치더니 첫 게임 때도 안타를 치더라"고 말했다.

극도로 낮은 헛스윙률과 삼진률, KBO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컨택트 능력. 여기에 황재균은 이정후의 성격도 성공을 뒷받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황재균은 "정후는 진짜 잘할 것 같다"며 "성격도 정말 좋고 깊게 빠져드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앞서 유망주 평가 부분에서 공신력 높은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로부터 선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이정후의 콘택트는 60점을 받았다. 반면 파워는 평균 이하인 45점을 받았다.

개막 후 단 3경기 만에 이정후는 자신을 향한 평가를 재정의했다. 타격 능력은 그를 향한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파워는 그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입증해냈다. 선수 시절 빅리그 통산 292홈런을 터트렸던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날 이정후는 버렐 코치의 말처럼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미 전역에 중계된 경기에서 단 3경기 만에 홈런까지 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이정후가 역대 한 번도 없었던 빅리그 한국인 신인왕을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image
KT 위즈 황재균이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