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기에 더 납득할 수 없었던 부진이었다. 강승호(31·두산 베어스)에겐 너무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8월의 반등이 더욱 반갑다. 올 시즌을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강승호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가 된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1도루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러 팀의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너무도 간절히 기다렸던 홈런포였다. 지난해 고과 1위 타자로 2억 5500만원에서 1억 1500만원 오른 3억 7000만원에 계약하며 자신감 넘치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2할 초반대 타율에 허덕이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3년 LG 1라운더로 프로 지명을 받았으나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SSG 전신)로 향했고 이후 다시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강승호는 지난해 1군에서 보낸 프로 8번째 시즌 만에 꽃을 피웠다. 140경기에서 출전해 타율 0.280 18홈런 81타점 8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는 평가 속에 강승호는 허경민(KT)의 이탈로 비어 버린 3루 공백을 메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러나 낯선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까. 강승호는 극심한 부침에 시달렸다. 이승엽 감독이 물러나며 강승호도 2군으로 향했다. 한 차례 조정을 거치고 왔지만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7월말 다시 한 번 2군행을 통보받았다.

8월 들어 상승세를 타더니 이날 지난 4월 6일 롯데전 이후 4개월 만에 3안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날은 KBO데뷔전을 치른 낯선 C.C. 메르세데스를 상대로도 첫 타석부터 내야 안타로 출루하더니 5회엔 좌전 안타를 날려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3-4로 끌려가던 8회초엔 키움 셋업맨 원종현을 상대로 대포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3-1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시속 136㎞ 슬라이더에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시즌 4호 홈런이자 지난 5월 15일 한화전 이후 3개월여, 정확히는 86일 만에 나온 반가운 대포였다. 아직 시즌 타율은 0.221에 불과하지만 8월엔 0.286(22타수 6안타)으로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후 조성환 감독은 "타선에서는 단연 강승호를 칭찬하고 싶다"며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때려냈다. 오늘의 활약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강승호는 "그동안 결과가 잘 안 나와서 괴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며 "늦게라도 타격감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차례나 2군으로 향해 재조정을 거쳤다. "워낙 고민이 많았다. 딱 하나를 집어서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다"며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결과가 뜻대로 안 나오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많이 쫓기고 많이 너무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해도 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승호는 타격에 비해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다. '핫코너'라 불릴 정도로 빠른 타구가 쏟아져 나오는 3루수 변화 시도가 독이 됐던 걸까. 올 시즌 3루수로만 30경기, 244이닝, 2루수로 27경기 201⅓이닝, 1루수로 34경기 152이닝을 소화했다. 그만큼 확실한 자신만의 자리를 찾지 못했던 강승호다.

"(3루 이동에 대해) 크게 이제 뭐 체감이 될 정도로 느껴지진 않는데 아무래도 영향이 없진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1루로 나가고 있는데 제 자리는 아직 2루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알려진 1루수로 기용되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강승호는 "(김)민석이를 비롯해 몇몇 선수들이 1루수로 나가고 있는데 1루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포지션이더라. 1루도 열심히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면서도 "제 마음속에는 항상 2루가 있기 때문에 2루를 놓지 않고 번갈아가면서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해 18개나 날렸던 홈런에 대한 욕심 또한 부진의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였다. 강승호는 "시즌 초반에 20개를 쳐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며 "홈런 욕심으로 인해 올 시즌 부진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약간은 그런 것 같다. 그래도 홈런을 치면 항상 좋은 건 당연하다. 이 홈런을 계기로 점점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초 처음 2군에 내려갔을 때 타격 자세를 바꾸는 강수를 뒀다. 하도 풀리지 않다보니 시즌 중 이례적으로 변화를 기했다. 강승호는 "그때 고토 코치님께서 오셔서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알겠다고, 해보겠다고 하고는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야 자신의 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제 37경기가 남았다. 지금부터 매일 5타수 2안타를 친다고 해도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한다. 강승호는 현재에만 집중하며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을 한다. "작년과는 다른 타격 자세를 하고 있는데 이게 저에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 자세로 꾸준하게 잘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몸에 익숙하게 만들어놔야 한다"며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준비를 착실하게 해 나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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