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막판 불펜의 난조가 승부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준플레이오프 최종전의 승패가 구원진의 손에서 결정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5-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른 삼성은 오는 17일부터 정규시즌 2위 한화 이글스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PO)를 치르게 된다.
이번 시리즈는 '창'의 삼성, '방패'의 SSG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타율 2위(0.271), 홈런 1위(161개), 득점 2위(732점), OPS 1위(0.780) 등에 올랐다. 반면 SSG는 팀 평균자책점(ERA) 2위(3.63)로 높은 마운드를 자랑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SSG가 3.36으로 1위에 올라 6위 삼성(4.48)보다 우수했다.
선발진에서는 SSG가 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도 아리엘 후라도와 원태인이 상위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다만 불펜을 비교하면 차이가 있었다.

구원진 구성을 봐도 SSG는 특급 마무리로 성장한 조병현(30세이브, ERA 1.60)을 비롯해 노경은(35홀드, ERA 2.14), 이로운(33홀드, ERA 1.99), 김민(22홀드, ERA 2.97) 등이 버티고 있다. 반면 삼성은 클로저부터 교체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배찬승(19홀드, ERA 3.91), 김태훈(19홀드, ERA 4.48), 김재윤(13세이브, ERA 4.99) 정도만이 활약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SG는 3차전까지 선발진이 누구도 4이닝 이상 소화한 적이 없었다. 반면 삼성은 모든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불펜에서도 정규시즌 불안했던 이호성과 김재윤이 철벽으로 변신했다.
4차전은 양 팀 선발 후라도(삼성)와 김광현(SSG)의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후라도는 7회까지 SS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선발 순서가 4번째까지 밀린 김광현도 이를 악문 피칭으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먼저 불펜을 가동한 건 SSG였다. 김광현이 내려간 후 6회말 SSG는 노경은을 투입했다. 하지만 김성윤의 볼넷과 구자욱의 안타로 무사 1, 2루가 됐고, 여기서 르윈 디아즈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2-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삼성 불펜 역시 흔들렸다. 8회초 올라온 김태훈이 마운드에서 미끄러지는 등 불안한 모습으로 첫 타자 정준재에게 볼넷을 내줬고, 한 타자 만에 우완 이승현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오태곤의 안타로 무사 1, 3루가 된 가운데, 박성한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2-2 동점이 됐다. 그 사이 송구 실책으로 박성한은 3루까지 갔다.
절체절명의 상황, 삼성은 루키 배찬승을 넣었다. 그는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7구 승부 끝에 시속 151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최정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지만, 한유섬도 삼진 처리했다. 이어 전날 배찬승에게 홈런을 때린 고명준 타석에서 삼성은 이호성을 넣었고, 3구 만에 좌익수 직선타로 이닝이 마무리됐다.
노경은이 내려간 후 김민이 1⅔이닝 호투한 SSG는 8회말 이로운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지찬과 김성윤을 순식간에 범타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지만, 이로운은 전날 17구 승부를 펼쳤던 구자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때 SSG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 바로 마무리 조병현, 그리고 구원 등판을 자청한 2선발 미치 화이트였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 전 "(3차전) 경기 끝나고 경헌호 코치 찾아와서 '화이트가 대기하고 싶다'고 전달이 왔다. 어제 잠 한숨 못자고 고민했다"며 선수와 면담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SSG의 선택은 이로운을 믿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이로운은 디아즈와 이재현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5-2, 삼성 리드로 바뀌었다. 결국 그대로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게임 종료 후 양 팀 감독은 불펜 운용에 대한 변을 전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태훈이 하위타순을 막아주고, 상위타순은 배찬승이 나가는 거였다. (김태훈이) 첫 타자부터 볼넷을 줬는데,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가 컸다. 삐끗하며 종아리 안 좋다는 판단에 우완 이승현으로 바꿨는데 미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위기 때 젊은 투수 (배)찬승이와 (이)호성이가 너무 잘 던져줬다. 팀도 살리고 저도 살렸다"고 얘기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만약 역전했으면 (조병현을) 8회 (구자욱의) 볼넷 때 냈을 거다"라며 "(이)로운이 구위가 나쁘지 않다고 봤다. 동점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이트의 미등판에 대해서도 "필승조들이 잘 막아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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