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만 120이닝을 책임진 에이스 김지율(18)이 출전 불가였음에도 충암고는 강했다. 반면 개교 첫 전국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마산용마고는 이번에도 우승 문턱에서 눈물을 흘렸다.
충암고는 지난 2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마산용마고를 11-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5월 황금사자기를 제패한 충암고는 봉황대기까지 차지하며 전국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봉황대기에서는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우승이다. 1977년, 1988년, 1995년, 2007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이다. 그러면서 천안 북일고와 대회 최다 우승 공동 1위에도 올랐다.
반면 창단 첫 메이저 전국대회 우승에 도전한 마산용마고는 다시 정상 문턱에서 멈췄다. 지난해 봉황대기 결승에서 경남고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한 데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이다. 마산용마고는 2020년 진민수 감독 부임 후 2024년부터 3년 연속 전국대회 결승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4번의 기회 모두 준우승에 머물면서 무관의 아픔을 씻어내지 못했다. 이번이 전국대회 10번째 준우승이다.
접전이 예상됐다. 충암고는 에이스 김지율을 투구 수에 따른 의무 휴식 규정으로 결승 무대에서 쓰지 못했다. 마산용마고는 3학년 에이스 문성빈(19)이 나선 가운데, 최근 사구에 맞아 손목이 좋지 않던 4번 타자 최민상(18)의 컨디션이 관건이었다.

1학년 김승민(16)을 선발로 내세운 충암고를 상대로 마산용마고가 선취점을 뽑았다. 1회초 김창헌의 우전 안타와 이승현의 몸에 맞는 공으로 기회를 잡았다. 노민혁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고 최민상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조찬혁의 3루수 내야안타로 2-0을 만들었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충암고는 1회말 박세진, 안건우, 배정호가 연속 볼넷을 골라 기회를 만들었다. 1사 만루에서 오유찬이 2타점 좌전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었고 김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단숨에 3-2로 뒤집었다.
양 팀 선발도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승민은 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문성빈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연속 볼넷 3개를 내주고 교체됐다. 마산용마고가 3회초 한 점을 내 3-3 동점을 만들었지만, 충암고는 곧바로 다시 달아났다. 3회말 상대 투수진이 5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 난조를 보이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차례 밀어내기 득점으로 5-3을 만들었다.
다시 마산용마고가 4회초 한 점을 따라붙자 이번에는 충암고의 장타가 터졌다. 4회말 선두타자 신지호가 손연우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북일고와 8강전부터 이어진 3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여기에 2사 1루에서 김현우의 우전 1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충암고가 7-4로 달아났다.

사실상 5회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성곤의 좌중간 2루타와 안건우의 번트 안타, 배정호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오유찬, 김윤, 장근우가 차례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냈고 김현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까지 더해 순식간에 11-4가 됐다.
마산용마고는 이날 투수 8명을 투입했으나,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합쳐 무려 17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6회와 7회 한 점씩을 만회했지만, 벌어진 간격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반대로 충암고는 세 번째 투수 서원준이 승리를 지켰다. 4회부터 등판한 서원준은 남은 6이닝을 4피안타 2실점으로 책임지며 김지율의 공백을 메우고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잡아냈다. 두 번째 투수 김정운은 2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우승의 중심에는 2학년 유격수 오유찬이 있었다. 오유찬은 결승에서 3타수 1안타 2볼넷 3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이번 대회에서만 12타점을 쓸어담아 최우수선수(MVP)와 타점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신지호는 홈런상을 받았다.
부산고와 준결승에서 5⅔이닝(105구) 2실점 호투로 충암고를 결승 무대에 올려놓은 에이스 김지율은 수훈상을 받았다. 이로써 3학년 시즌을 마친 김지율은 26경기 14승 2패 평균자책점 1.28, 120이닝 157탈삼진의 기록을 남기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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