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이 1위에 복귀한 날, 사령탑의 품격도 빛났다.
KT 위즈-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3일 수원 KT위즈파크. KT가 10-7로 앞선 8회초 등판한 우규민(41·KT)이 2사 후 심우준에게 2루타를 내주자 이강철(60) KT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찾았다. 이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우규민과 이야기를 나눴고, 잠시 후 우규민 대신 마무리 박영현(23)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날 우규민은 개인 통산 900번째 경기에 출장했다. 정우람(1005경기)과 류택현(901경기)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이며 우완 투수로는 최초로 이뤄낸 대기록이다.

우규민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팀이 이기는 게 먼저다. 감독님이 올라오셔서 '할래?' 물어보셨는데 (감독님의) 표정이 바꾸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라고 웃은 뒤 "그런 게 보여서 더 큰 화가 되기 전에 '그냥 (박)영현이로 바꾸시죠' 하고 내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KBO리그에서 투수 교체 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날을 맞은 프로 24년차 베테랑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보여준 것이다.
우규민은 "그래서 너무 감사했다"며 "일단은 팀이 이기는 게 첫 번째이기 때문에 제 900경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감독의 배려에 고마움을 전했다.


KT는 이날 1회초 5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끝내 13-11로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에 패한 삼성 라이온즈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일주일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할 수 있었다"며 "불펜 투수들도 잘 막아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규민의 KBO 역대 3번째이자 우완투수 최초 900경기 출장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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