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숨겨진 모든 것..A to Z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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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베를린'에 숨겨진 모든 것을 A to Z로 풀었다.

Action: '베를린'의 액션은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호흡 속에 만들어졌다. 기존 류승완표 액션과 가장 큰 차이는 액션에 다양한 시점이 들어가 있는 점. 그동안 류승완 감독 액션은 링 위에서 단 둘이 싸우는 것처럼 만들었다. 어디서 싸우든 둘이 맞붙도록 구성됐다. '베를린'에선 다양한 인물들이 액션을 동시에 펼치면서 시점이 다양해지고 액션이 드라마를 이끈다. 또 몸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뾰족한 책상 모서리 등에 연이어 부딪힌다. 북한군 실전무술처럼 보이기 위해 격술도 담았다.


'베를린'에서 하정우 액션은 어디까지가 본인이 했고, 어디까지 스턴트맨이 했을까?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아직 공개하긴 이르다. 다만 하정우는 어떻게 하면 액션을 더 강렬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지 아는 배우다. 예컨대 달릴 때는 팔을 앞뒤로 굉장히 빨리 휘두른다.

Berlin: 류승완 감독에게 베를린은 동백림 사건과 윤이상, 송두율, 그리고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에서 탈출한 도시로 기억됐다. 그는 냉전 시대를 다룬 소설에서 베를린을 주로 다룬 것을 보고 점점 베를린이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러다가 '부당거래'로 베를린영화제에 가서 북한 대사관을 보고 바로 이곳에서 이야기가 벌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참고로 베를린 북한 대사관은 북한 대사관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경제 악화로 현재는 대사관 일부를 호텔로 사용한다.

CIA: 미국 중앙정보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2년 미국 여러 정보수집기관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 OSS가 전신.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현재 체제로 만들었다. 냉전시대 첩보물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각종 영화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베를린'에선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와 정보를 교환하는 CIA 요원 마티가 등장한다. 마티 역을 맡은 존 키오(John Keogh)는 '피아니스트' '이퀄리브리엄' '유령작가' 등에 출연했었다. 류승완 감독이 현지 배우 오디션에서 보자마자 캐스팅했다는 후문.


Dress: '베를린'에 의상은 광장시장 등에서 구입해 상당부분 만들었다. 한석규는 광장시장표 옷이 마음에 들어 끝까지 고수했다. 하정우는 특별한 경우. 하정우가 입은 '깔깔이'(군용 내피를 일컫는 은어)같은 의상은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300만원 상당의 옷이었다. 마지막 가죽잠바는 무려 700만원 상당이었다는 후문. 반면 전지현은 중저가 브랜드 의상을 입었다. 명품은 사람을 탄다.

Eating: 먹는 연기의 달인 하정우는 '베를린'에선 그리 맛있게 먹는 장면이 적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류승완 감독은 "하정우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먹는 장면들을 죄다 편집했다. 입맛이 없는 역인데 너무 맛있게 먹더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하정우가 전지현과 아침을 먹는 장면도 맛없게 좀 먹으라고 했더니 이것도 엄청 깨작거리며 먹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베를린'측은 하정우가 음식을 먹는 장면, 이른바 하정우 먹방을 관객서비스로 5분 버전을 별도로 공개됐다.

Film: '베를린'은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레드에픽 카메라로 찍었다. 피터 잭슨이 '호빗'에서 사용해 유명해진 카메라이기도 하다. '베를린'은 총 67회차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베를린에서 2주 동안 9회차를, 리트비아에서 4주 동안 15회차를 찍었다. 전쟁 같은 일정이 아닐 수 없다.

Gun: '베를린'에서 사용한 총들은 자료조사와 콘셉트에 맞게 주어졌다. 표종성(하정우)은 독일 발터 P99를 기본으로 체코 CZ-75를 사용했다. 동명수(류승범)와 압둘, 아심 등 대장급들은 규격이 큰 데저트 이글을 기본으로 했다. 동명수와 압둘 부하들은 러시아 영향을 받아 AK47를 썼다. 정진수(한석규)는 국정원이 어떤 총을 사용하는지 취재가 불가능해 글록 17을 사용했다. 모사드도 글록 17을 썼다.

마지막 갈대숲 장면에서 동명수가 데저트 이글을 할리우드B급 영화에서 '흑형'(흑인 형아를 일컫는 인터넷 은어)처럼 기울여 사용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예비역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분노했다. 이에 류승범은 "그 장면은 맞추기 위해 쏘는 게 아니라 한쪽이 몰기 위해 뛰어다니며 쏴야 해서 그렇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Holocaust-Turm: '베를린' 촬영팀은 베를린유대인박물관을 꼭 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초상권 문제로 어떤 상업영화도 찍을 수 없다는 관계당국의 제지를 받았다. 한재덕PD에 따르면 류승완 감독은 이곳을 찍기 위해 베를린 시장에게 편지도 썼지만 돌아온 것은 찍는 것은 고사하고 혹시라도 촬영하다가 나치나 히틀러라는 표현을 쓰면 큰일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International: '베를린'에는 마티 역은 존 키오를 비롯해 토마스 디엠 등 익히 알려진 배우가 등장한다. 압둘 역의 너맨 아카(Numan Acar), 아심 역의 타이푼 바댐조이 (Tayfun Bademsoy), 유리 역의 워넉 댄(Werner Daehn)등이 출연했다. 당초 '베를린' 팀은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베를린을 찾아갔으나 담당자가 자료조사를 한 것도 없이 IMDB로 검색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는 후문. 바로 해고하고 현지에서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뽑았다. 류승완 감독은 러시아, 아랍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영어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식 영어 발음을 사용하도록 지시해서 자칫 재연배우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J: Gianna Jun. 전지현. 당초 류승완 감독은 련정희 역할을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전지현이 합류하면서 비중이 늘었다. 그 덕에 영화에 멜로라인이 두터워졌다. 전지현은 '도둑들'에 이어 '베를린'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KGB: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 미국의 CIA와 더불어 첩보영화의 단골손님. 북한의 특수군사훈련은 대개 KGB 훈련을 모태로 한다고 함. '베를린'에선 사람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새벽 3~4시 KGB타임에 돌입한다는 설정이 등장.

L: Arab League 아랍리그 또는 아랍연맹. '베를린' 측은 원래 테러리스트를 특정국가와 연계해 묘사하려 했으나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불특정국가인 아랍연맹으로 설정했다. 영화 속 아랍연맹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밀수하려는 것과 북한이 위조지폐 원본인 슈퍼노트를 함께 주겠다는 설정,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이스라엘 첩보부 모사드와 알면서 지켜보는 CIA, 북한 무기 밀매를 막으려는 국가정보원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한국형 첩보영화만 할 수 있는 주요 설정이다.

Mossad : 이스라엘 중앙공안정보기관.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에 테러를 감행한 검은9월단 13명을 7년 동안 추적해 암살한 사건이 유명하다. 첩보영화 단골손님.

NIS: 국가정보원. '베를린' 속 한석규는 '쉬리'의 한석규가 15년이 흘러 베를린에서 근무했다면 이랬을까 싶을 정도. 다행히 베를린에서 국가정보요원들은 댓글을 달지 않고 국가를 위해 피를 흘린다.

Originality: 지식이 쌓여 지혜가 된다. 류승완 감독은 취재와 영향, 내공을 더해 '베를린'을 완성했다. '베를린'의 레퍼런스는 다양하다. 베를린이란 도시는 존 르 카레의 소설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회의실에서 휴대전화를 켜놓고 몰래 이동해 대화를 듣는 방식은 콜린 킹의 '스파이 가이드북'. 휴대전화에 다 들어있다는 설정은 '007 까르트 블랑슈'. 떨어져서 대롱대롱 매달리는 건 버스트 키튼과 성룡. 도청을 당할 때 의사소통하는 방식 등은 존 르 카레의 '러시아하우스'. 아내를 의심하고 질투하는 건 '오셀로'. 억울한 누명을 쓰는 건 '몽테크리스토 백작'. 공포정치는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44'. 악보를 암호로 사용하는 건 한형모 감독의 1954년 영화 '운명의 손' 등 다양하고 넓다.

Poison: 북한에서 온 암살자 동명수(류승범)가 사용하는 독은 동구권에선 익히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 류승완 감독은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한 최덕근 영사 살해에서 독침 암살 아이디어를 얻었다.

Quantum of Solace: 007시리즈 22번째 작품. '본' 시리즈와 함께 '베를린'을 말할 때 많이 이용되는 영화. 흥미로운 건 마크 포스터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첫 번째 감독 후보로 꼽혔다는 점이다. 2008년작인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사람이 떨어질 때 머리를 잡는 장면은 2006년작 류승완 감독의 '짝패'에도 나온다.

R: 류승완 류승범 형제. 형은 감독으로 동생은 배우로 명성을 얻은 한국영화에 드물고 중요한 형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다찌마와리' '부당거래'에 이어 '베를린'까지 형제가 함께 하면 시너지가 컸다.

Sound: '베를린'에서 음향은 총이 튀는 방향, 기관총과 권총, 타격음, 폭발음, 파열음 등 여러 각도로 만들어졌다. 대사는 상당수 동시녹음으로 이뤄졌다. 배우들 후시일정이 어렵기에 촬영장에 붐마이크를 대고 녹음을 하고 CG로 지웠다.

문제는 대사와 음향이 각 극장 상황에 따라 뭉개질 수 있다는 점. 이는 '도둑들' '타워' 등 최근 한국 대작영화에 고질적인 문제다. 영화제작기술의 문제에 앞서 극장 환경 문제가 더 크다. 믹싱실에서 구현된 소리가 극장에선 들리지 않아 음향이나 대사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 극장은 한쪽 스피커가 나갔거나 우퍼를 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경우 스피커 교체를 담당자 책임으로 돌리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스피커와 조명기기를 아낀다. 관객이 적으면 심지어 모노로 틀기도 한다.

Train: '베를린'에서 알렉산더 플라츠(Alexanderplatz) 역은 중요한 공간이다. 알렉산더 광장부터 이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첩보영화 활력을 더한다. 여담 하나. 한재덕PD는 "현지 배우들은 계약서에 촬영 장소에서 이동할 때 뛰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우리 스태프들이 역 틈에 발이 빠지면서도 악으로 뛰어가는 걸 보더니 군말 없이 뛰더라"고 전했다.

USB: 표종성(하정우)이 USB를 통해 음모의 전모를 깨닫는다. 동전형 USB는 '베를린' 소품팀이 스파이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에서 발견해서 사용했다. 이와 귀에 꼽는 리시버도 스파이물품 사이트에서 발견한 소품.

Vladivostok:블라디보스토크 편도 한 장. '베를린'을 보면 이 대사에 가슴이 다시 뛴다.

Wire action: '베를린'에서 많이 사용된 와이어 액션 중 백미는 탈출 와이어 액션. 13미터 높이를 구현하기 위해 안성DIMA 세트장에서 한 달여간 세트를 제작했다. 흥미로운 건 하정우가 떨어지는 장면은 카메라 설정 상 와이어를 끌어올리고 찍은 뒤 되돌려 마치 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점이다.

X-file: '베를린'에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했지만 공개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전직 북한특수요원 A씨. KGB타임부터 독약 사용, 북한 해외공관에서 벌어지는 암투, 아내를 의심한 이야기, 고문 장면 등은 A씨의 실화를 통해 나왔다. 북한 공관에서 미모의 아내 때문에 벌어진 사건은 '기드온의 스파이' 번역에 참여한 전직 국정원 요원에게서 취재한 뒤 A씨 사연에 살을 보탰다.

Y: Why. 왜 첩보액션물이었을까. 류승완 감독은 처음 스파이라는 직업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건과 배경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엔 판이 큰 만큼 인물의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아내를 의심한 남편과 남편을 믿지 못하는 여자는 그렇게 출발했다.

Z. 지그문트(Sigmund) 토마스 디엠이 연기했다. 토마스 디엠은 '타인의 삶'과 '바더 마인호프' 등에 출연한 배우. '베를린'에서 련정희(전지현)에게 접대를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인물로 출연한다. '타인의 삶'에서도 탐욕스런 고위관료로 출연했다. 류승완 감독이 오디션 없이 바로 출연을 결정한 배우이기도 하다. 'Z'를 접대로 하려다 지그문트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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