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외야' LG, 중견수 박용택이 최선인가

LG 박용택. /사진=OSEN

LG 트윈스의 중견수 박용택이 점차 수비에서 힘이 부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타구 판단을 앞세워 비교적 약한 어깨를 커버했지만 이제는 그조차 버거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올해도 LG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 중인 박용택은 6일 잠실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에서도 선발 중견수로 출장했다. 수비 실책은 없었지만 아쉬운 장면이 두 번 있었는데 실점과 연결됐다. 베이스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런 수비들로 알게 모르게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야금야금 주고 있다. 1점 차 패배라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았다.

1-1로 맞선 5회 말, LG 선발 임정우는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맞아 밀리지 않으며 호투 중이었다. 선두타자 김재호를 삼진 처리한 뒤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다. 타구는 우중간을 향했다.

우중간이었지만 꿰뚫는 타구는 아니었고 중견수 쪽에 더 가까웠다. 단타로 막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발 빠른 주자 정수빈은 주저 없이 1루를 돌아 2루까지 달렸다. 타구도 박용택이 아닌 우익수 이진영이 처리했다. 2루에는 승부조차 하지 못했다.


임정우는 1사 2루에서 최주환을 2루 땅볼로 잡았지만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정말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정수빈의 타구를 단타로 막았다면 최주환 타구를 병살로 연결할 수도 있었다.

2사 1, 3루서 윤지웅이 구원 등판했지만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유원상과 다시 교체됐다. 유원상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로 추가 실점, 계속된 만루에서 홍성흔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더 잃었다.

2사 1, 2루서 김재환이 다시 중전안타를 쳤다. 2루 주자 양의지는 베이스런닝에 능숙한 편은 아니다. 2사였음에도 스타트가 느렸고 박용택이 공을 잡았을 때 3루를 돌지도 못했다. 박용택이 오지환에게 연계했지만 오지환은 홈 승부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접전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지만 양의지는 슬라이딩도 없이 득점했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장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LG를 상대하는 팀들은 중견수 방면으로 타구가 가면 주저 없이 돌린다. 때문에 LG 입장에서는 베이스 하나를 손해보고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베이스 하나를 거저 얻는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득점과 연결되고 이런 것들이 또 쌓여 패배와 연결된다.

올해 한국 나이로 37살인 박용택은 10개 구단 중 최고령 중견수다. 유일한 70년대 생 중견수이기도 하다. 박용택 보다 한 살 어린 이택근이나 이종욱이 여전히 정상급 수비 실력을 과시하는 것을 보면 비단 나이 탓만은 아니겠지만 아쉬운 장면이 나올 수록 나이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LG도 알고 있다. 때문에 겨우내 문선재, 김용의, 채은성을 외야로 돌려 훈련시켰다. 그중 김용의가 가장 돋보였고 올 시즌에는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기도 했다. 아직 미숙하기는 하지만 멋진 수비도 수차례 보이며 일단 합격점은 받은 상태다.

하지만 실컷 외야 훈련을 받은 김용의는 최근 또 1루수로 나오고 있다. 김용의가 외야로 나서면 박용택이나 이진영이 지명타자로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이병규(9)의 자리가 없어진다. 이래저래 복잡한 상황이 맞물려 김용의는 김용의대로 기회가 줄고 있다. 타율도 29경기 0.293로 오히려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9)보다 훨씬 나은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