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외인이...' MVP 출신의 '팀퍼스트 정신', 출루-해결 다 되는 '공포의 1번 타자'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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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멜 로하스 주니어(가운데)가 24일 키움전에서 황재균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이런 외국인 선수가 또 있을까. 외인 타자로서는 3명뿐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34·KT 위즈)가 팀을 위해 기꺼이 1번 타자로 나서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로하스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회 결정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연장 5-4 승리를 이끌었다.


부상 한 번 없이 팀이 치른 51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해 타율 0.301 12홈런 39타점 38득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571, OPS(출루율+장타율) 0.991을 기록 중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임에도 최근 팀의 톱 타자로서 누구보다 '팀 퍼스트' 정신을 앞세우고 있어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로하스는 2017년 처음 KT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활약을 더 돋보였다. 3할 타율에 43홈 114타점을 날렸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로하스는 2020년 타율 0.349에 47홈런 135타점 116득점, OPS 1.097로 당당히 MVP에 등극했다. 외국인 타자로 MVP에 오른 건 1998년 홈런과 타점왕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 2015년 타율 0.381 47홈런 140타점 130득점 103볼넷 40도루, OPS 1.287이라는 괴물 같은 스탯을 찍은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뿐이었다.

일본 무대를 거쳐 올 시즌 다시 돌아왔지만 기량엔 변함이 없다. 배정대의 부상으로 빈자리가 생긴 외야 자리를 자처할 정도로 팀을 위한 희생정신도 뛰어나 이강철 감독으로선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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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키움전 안타를 날리는 로하스. /사진=KT 위즈 제공
그러한 맥락에서 로하스는 최근 타선에서 1번에 배치되고 있다.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로하스의 조정 득점 창출력(wRC+)은 157.6으로 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이 같은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를 1번에 배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강철 감독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고 고심이 컸던 결과물이었다.

시즌 초반 수위타자였던 천성호의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고 타선의 득점 기회가 연결되지 않으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김민혁과 강백호, 문상철 등 타격감이 좋은 타자들을 연이어 배치해 확실히 득점을 챙기고 가겠다는 복안이었다. 1회를 제외하고는 '1번 타자'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하위 타선에서 출루가 나오면 로하스가 해결사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로하스는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도 톱 타자의 임무를 받고 3안타 포함 4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2타점도 기록했지만 더 돋보이는 건 4차례 출루가 3득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KT는 11회 연장 끝에 8-5 승리를 거뒀는데 볼넷으로 출루해 2루 도루까지 성공한 9번 타자 천성호에 이어 로하스가 결승 타점을 올리는 안타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생각이다. 당시 로하스는 "(결승타 상황) 처음에는 천성호가 출루를 하면서 진루에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든 2루나 3루로 보내고자 했다"며 "하지만 이후 도루로 2루 상황이 됐고 이 때도 주자가 3루로 진루하거나 홈으로 들어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결국 안타가 나올 수 있었고, 더 좋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1번 타자로 출전하면 가장 중요한 건 출루다. 출루에 중점을 두면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스윙하지는 않는다. 내 스윙을 그대로 하면서 상황에 따라 볼넷 출루, 타격 등에 신경 쓰고 있다"며 "뒤에 중심 타선에 있는 강백호가 MVP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이어준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번 타자로서 임무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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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가 24일 키움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외국인 선수들은 과거 '용병'이라고 불렸다. 팀을 위해 돈을 받고 성적을 내야하는 확연한 임무를 갖고 한국에 왔기에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성적에만 집중하는 선수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와 '희생'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로하스의 '팀 퍼스트' 정신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는 "로하스의 인터뷰를 보고 '좋은 생각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고맙더라"며 "용병인데 그런 생각을 갖고 연결해 준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 일본도 다녀오고 느낀 것도 많은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감독은 "자기 혼자 타격할 줄 알았더니 공을 너무 잘 본다"며 "1번 타자라고 해도 처음 시작할 때만 1번이지 그 다음부터 1번이라는 게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로하스의 생각에 꽤나 놀라고 고마운 눈치였다. 이 감독은 "그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정말 고맙더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런 생각을 해 준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내가 왜 1번을 쳐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스가 1번으로 나서며 KT의 타선도 살아나고 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1번 타자로 나서면서도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22일과 23일 삼성전에선 안타 하나씩을 만들어내는데 그쳤지만 24일 키움전 멀티히트와 함께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까지 날렸다.

KT는 막강한 선발 고영표와 소형준, 웨스 벤자민 등 많은 부상자의 발생에도 잘 버티고 있다. 이 감독도 5월은 최대한 버티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기에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않으며 팀의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 로하스가 더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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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오른쪽)과 로하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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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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