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자'의 분노... 마음의 상처는 '진심'으로만 치료된다

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2.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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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다영(왼쪽 두 번째)와 이재영(오른쪽). /사진=뉴스1
때린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배구판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되고 있다. 그리고 '맞은 자'들의 분노가 폭발 중이다.

시작은 지난 10일이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흥국생명 이재영(26)과 이다영(26)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글이었다.


같은 날 이재영과 이다영은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일파만파 일이 커졌다. 쌍둥이의 어머니에 대한 폭로까지 나왔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의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도 박탈했다.

남자부에도 문제가 터졌다. 13일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급소를 가격당해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가해자는 OK금융그룹 송명근(28)과 심경섭(30)이었다. 이 둘은 사과와 함께 잔여 시즌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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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심경섭(왼쪽)과 송명근. /사진=KOVO 제공
18일에는 또 다른 일이 발생했다. 12년 전인 2009년 발생한 국가대표팀 폭행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이상열(56) 코치(현 KB손해보험 감독)가 박철우(36·현 한국전력)를 구타했고, 박철우가 대표팀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이상열 코치는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몇 년 후 조용히 징계가 풀렸고, 이상열 감독은 경기대 감독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17일 우리카드전에 앞서 최근 발생한 학폭 논란에 대해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다. 인과응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18일 박철우는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상열 감독을 겨냥하는 글이었다.

같은 날 박철우는 OK금융그룹전 승리 후 "그 분(이상열 감독)과 마주칠 때마다 쉽지 않았다. 기사를 보고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변하셨으면 했고, 반성하기를 바랐다"며 이상열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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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 /사진=뉴스1
폭력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재영과 이다영은 자필 사과문 하나 게재한 것이 전부다. "두루뭉술한 면피용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영-이다영의 팬클럽은 가해자인 쌍둥이를 옹호하고 있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로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상열 감독의 발언 또한 박철우의 분노를 샀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맞은 자는 결코 잊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몸의 상처는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10년 세월이 흘러도 마찬가지다. '때린 자'만 모를 뿐이다. 결국 '진심'만이 치료약이 될 수 있다.

박철우는 "배구가 이런 나쁜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싫다.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구계를 넘어 체육계 전체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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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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