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추구한 변화, '행오버' 글로벌 히트할까

/사진=싸이 트위터

'행오버'는 '강남스타일', '젠틀맨'을 뛰어넘는 글로벌 히트를 기록할 수 있을까.

가수 싸이(37·본명 박재상)의 신곡 '행오버'에 대한 음악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9일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차례로 베일을 벗으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행오버'는 10일 현재 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 23개국 아이튠즈 싱글 차트 톱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31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900만 건을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작 '젠틀맨'보다는 느린 반응이지만 기존 K팝 음악들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외신들의 평가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힙합뮤지션 스눕독이 함께 출연한 '행오버' 뮤직비디오에 대해 "가치 있는 5분이다"며 "뮤직비디오가 예술"이라고 칭찬했으며, 웹매거진 하이프비스트는 "한국 K팝 감성, K팝 스타일과 스눕독의 만남"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국내 대중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서구적일 수 있는 싸이의 강점을 잘 살린 곡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작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봉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행오버'는 미국 남부 힙합 신에서 유행한 트랩을 기반으로 한 곡"이라며 "서구힙합 팬에게 익숙한 사운드지만 특유의 익살스러운 후렴가사, 브라스 부분에 국악기 등을 차용해 자신만의 스타일 가져가려 했다"고 평했다.

'행오버'는 서구시장에 맞게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견이 없다. 전작들이 일렉트로닉 사운드 중심의 댄스 음악이었다면 이번 신곡은 강렬한 랩이 주를 이루는 힙합장르의 음악이다.

힙합그룹 팬텀의 키겐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숙취'라는 주제를 가장 한국스럽게 싸이답게 풀어냈다"며 "한국 고유의 타악기 꽹과리가 미국 힙합특유의 808드럼소리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중독성 있는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 '행오버' 뮤직비디오 장면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제 팬들의 관심은 빌보드 성적으로 향하고 있다.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2위에 올랐던 싸이는 앞으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예정된 일정에 따라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전작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달았다.

성시권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작들의 버금가는 성적은 나올 것 같지만 빌보드 1위는 힘들지 않나본다"며 "스눕독이라는 거물 래퍼를 섭외한 것까진 좋았으나 워낙 카리스마가 강해 오히려 싸이 만의 색깔을 많이 가린 것 같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고 전했다.

/ 사진=싸이 트위터

김봉현 평론가는 "노래를 들으면 비욘세나 리한나에게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줬던 프로듀서 방글라데시의 곡들이 떠오른다"며 "미국에서 나온 비슷한 풍의 음악에 비하면 크게 신선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사운드 자체나 만듦새는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훅(후렴구)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만든 노래이니만큼 국내 음악 트렌드와 감각으로 평가 절하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에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해외시장에 더 큰 초점이 맞춰진 노래"라며 "애초 출발선상이 글로벌적인 프로모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전 점검을 통해 이런 느낌의 음악이 괜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는 지난 9일 오전 8시 방송된 미국 ABC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 게임 나이트'에 스눕독과 함께 출연, 스튜디오와 가라오케에서 '행오버' 등에 대해첫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오버'를 선 공개한 싸이는 올 여름 타이틀곡 '대디(Daddy)'를 포함한 새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