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술' 발달장애 아들에게 부치는 아버지의 편지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4.09.2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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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1급, 5세 사회성을 지닌 또래보다 건장한 14세 소년 준우와 아버지, 그 가족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에세이 '사랑한술'(푸른봄)에 담겨 있다. 저자는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강태규씨. 저자는 발달장애 아들 준우를 통해 '사랑한술'에서 결속과 결손에 대해 말했다.

결속, 한 덩어리가 되게 묶음. 결손,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함. 결손과 결속은 'ㄴ'과 'ㄱ'의 차이지만 사전적 의미는 정반대다. 아들의 손을 잡고 데려 유치원을 다녔던 저자는 지금도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를 간다. 저자는 말했다.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는 순간 가족은 결속이 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결손이 됨을. 결속은 기적을 만들지만, 결손은 자신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불행이라는 것을.


강태규 평론가는 준우가 생후 30개월 때, 발달장애 판정을 받을 당시 아버지로서 겪은 참담한 심정. 아들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행복. 준우를 향한 세상의 각기 다른 시선. 10여 개의 단어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아들 준우를 통해 깨달은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또래 아이들은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준우를 보며 "아들이 말을 안 해. 말을. 입이 무거운 녀석이야"라며 듬직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주변인들에게 말하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사랑한술' 곳곳에 담긴 저자 특유의 위트와 담담한 어조는 감동을 배가시킨다. 아버지라는 존재인 저자의 강직함은 독자에게 치유와 울림을 선사할 것이리라. '사랑한술'은 강태규 평론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국한 되지 않는다. 저자와 준우의 이야기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투영된다. 자식을 향한 세상 모든 부모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는 듯하다.

저자는 아들 준우의 장애를 세상에 알리며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태규 평론가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는 정확한데 실천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말했다. 그것은 욕심이라고. 도전하지 않고 세상의 벽은 높다고 낙담하고 좌절한다고. 우리는 욕심만 가득하다고. 속단하고 포기하는 자는 비겁한 자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결손이 아닌 결속은 성공의 첫 단추이자 행복의 시작인 것을.


저자는 지금도 세상의 글로는 소통할 수 없는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언젠가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 아들이 비록 편지를 읽지 못한다 해도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현실에 더 충실한 것임을 알기에.

아들아. 이제 점심을 먹었겠구나.

아빠도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위에서 네 생각이 났다.

아빠는 지금 눈이 부시고 아프다. 조금 가렵기도 하고 침침하다. 눈꺼풀이 부은 것 같아 거울을 보았는데 외형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네 생각이 더 간절했다. 너는 아플 때 어떤 말도 없지 않느냐.

아빠는 이렇게 아픈 곳을 소상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속상하다. 속상해서 너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아들아. 아빠의 그 마음을 모른 채 아니, 말하지 않은 채 우리는 작별할 수도 있겠지.

행여, 아들이 이 엽서를 해석할 수 있는 날들이 온다면 답장하기를 바란다. 아빠의 마음을 몰랐던 게 아니라 입이 무거워 할 수 없었고 몸이 무거워 표현할 수 없었다고..

너의 엽서를 아빠가 기다린다. 2014. 강태규, 파란풍선장수


저자가 세상에 보내는 따뜻한 '사랑한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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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사랑한술' 저자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사진=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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