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식 특별기고] 구덕야구장, 살려야하지 않겠나!

김소식 전 프로야구 해설위원 / 입력 : 2017.04.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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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 전 프로야구 해설위원.


1962년였다. 공부 잘하는 학교 부산고가 청룡기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맛본 후 내처 화랑기 대회까지 석권했다. 나는 라이벌 경남고와의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날은 마침 그렇게 야구하는 것을 말리시던 부모님조차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시락을 준비해 야구장을 찾으셨다. 경기후 선배들은 날 목마 태워 운동장을 휘돌았고 관중석의 응원단은 ‘나이스 피처 김소식!’을 연호했다. 고인이 되신 두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네 아들의 자랑스러웠던 그 날을 곱씹고 또 곱씹으셨다.

내 인생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 중 하나였던 그 여름날,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그곳, 그 장소가 바로 구덕야구장이었다.


그런 구덕야구장이 오는 7월이면 사라진다는 소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하고만 싶다.

내 개인을 떠나서도 부산 서구 대신동에 자리하고 있는 구덕야구장은 사직 구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부산 유일의 야구경기장였다. 당연히 선수만이 아니라 많은 야구팬들에게도 추억과 정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자료를 찾아보니 구덕야구장의 출발은 1918년 조성된 대정공원였다. 이해 5월5일 준공된 대정공원에선 야구, 정구, 스모, 자전거경주등 각종 경기대회가 열렸다. 홍순일 편저 ‘한국야구사’ 연표를 찾아보니 첫 야구대회가 그해 6월 9일 열린 부산야구대회였다. 부산상업전수학교, 부산중학, 부산세관, 부산실업등 4팀이 경기를 치른 것으로 되어있고 장소명은 ‘대정공원 빈터’로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1927년 대신정(현 서구 대신동)에 공설운동장이 섰으며 1928년 7월 1~2일 이틀간 부산중등학교 춘계리그가 대신정운동장에서 개최되어 부산중학이 부산 1상을 10:3으로 꺾고 승리했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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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구덕운동장 자리에서 열린 야구경기 모습./사진= 부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결국 대정공원빈터-대신정운동장까지의 연혁을 따지면 구덕야구장은 그 자리에서 100년을 지키며 부산야구를 키워온 셈이다. 그 같은 역사적 유산을 정치인 시장의 선거공약이행이라는 이름으로 철거한다니 비단 야구인이 아니더라도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 서울 동대문 구장을 철거한다는 소식에 야구, 축구, 배구, 수영 등 여러 종목 관계자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여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한 바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1주년 전야제 행사에 행동한다는 구체적 일정까지 준비했었다. 나 역시 체육교수, 체육단체 등 체육관계자들과 함께 투쟁에 나섰었다. 당시 우리의 위력시위는 무산됐었다. 우리에 앞서 청계천 주변 철거상인들이 나서 가스통을 둘러메고 격렬한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동대문야구장때만해도 아쉬움이 컸는데 또다시 구덕야구장이 사라진다니..

부산시의 구상이 구덕운동장 주경기장은 그대로 두고 야구장과 실내체육관 시설 등을 철거해서 체육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역사적인 시설들은 보존하는 것이 상례고 특히 체육공원을 만들 때는 오히려 야구장등 경기장을 건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 유산을 없애며 마련하는 체육공원이라니 그 발상이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어찌됐건 정치인의 공약 하나로 100년 넘은 유물을 없앤다는 것은 다시 한번 재고돼야 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부산의 중.고교 야구성적이 부진한데,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도 없는 실정이다. 기장의 야구장은 거리나 구장사용료 면에서 학생팀이 사용하는데 대단히 부담스럽고 현대 관계사들과의 관계 등으로도 활용이 쉽진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해설과 칼럼을 쓰며 30여년 현장에서 활동하다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자문위원장 등의 활동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나있는 처지다. 현재는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꾸려나가는 (사)태평양아시아협회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다보니 한 시즌에 한 번도 야구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덕야구장 철거 소식도 스타뉴스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하지만 그런 처지임에도 아쉬운 것은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는 물론이고 중견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 (프로), 백구회(아마), 또는 야구발전위원회나 프로야구선수 협의회, 은퇴선수 협의회 등 인력도 재력도 막강한 야구유관단체가 별일 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KBO 구본능 총재나 대한야구협회 김응용 회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들이고 이 들외에도 기라성 같은 부산 출신의 야구인들이 건재한데 한결같이 구덕야구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어느 야구장에서도 볼 수 없는 스탠드문화를 창조해낸 열광적인 야구팬들의 고향 부산 아닌가. 그 부산의 야구문화를 키워온 것이 구덕야구장 아닌가. 지금이라도 시당국과 철거문제에 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 마음같아선 부산야구인 충동원령을 내려 구덕야구장 입구를 봉쇄해서라도 구덕야구장을 지키고 싶다. 구덕야구장 살려야 마땅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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