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이었던 기자회견 '격노'... 발등에 불 떨어진 벨호

고양=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12.0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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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 대표팀 콜린 벨 감독이 3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대표팀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콜린 벨(60·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단단히 뿔이 났다. 평가전 패배였음에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개막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벨호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3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초청 여자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에서 뉴질랜드에 0-2로 완패했다. 사흘 전 2-1 역전승의 기세가 꺾인 채 뉴질랜드와 평가전 2연전을 1승1패로 마무리했다.

한국 18위, 뉴질랜드 23위의 피파랭킹 격차가 말해주듯 패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무대는 평가전이었다. 그런데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믿을 수가 없다"고 재차 언급하며 그야말로 '격분'했다.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벨 감독은 전·후반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던 경기력을 탓했다. 실제 이날 전반만 하더라도 한국은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벨 감독이 "4-0으로 끝났어야 할 경기"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득점 기회도 많았고, 반대로 이렇다 할 위기는 없었다.


그런데 후반전 시작과 함께 흐름이 완전히 뉴질랜드로 넘어갔다. 선수 교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도 거짓말처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흘렀다. 선수들에게 지시하던 벨 감독의 언성도 점점 높아졌다. 결국 한국은 후반 38분과 40분 연거푸 실점을 허용하며 완패를 면치 못했다.

공교롭게도 사흘 전과 '정반대'의 양상이 됐다. 당시엔 한국이 전반전 내내 끌려다니다 후반 들어 분위기를 바꾸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로 전반을 잘하고도 후반에 흐름을 내준 채 완패를 당했다. 결국 경기 후 축제 분위기였던 뉴질랜드와 달리 벨호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2연전을 마쳐야 했다.

벨 감독의 '분노'는 선수들을 향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반된 전·후반 경기력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경기에 졌다는 것 역시 믿기지 않는다"며 "대체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다. 포지셔닝도, 경기력도 안 좋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화를 감추지 못했다. 격앙된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제는 벨호가 우승을 목표로 삼은 AFC 여자 아시안컵 개막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벨 감독은 이번 뉴질랜드와 평가전 2연전을 스스로 '프리시즌'이라 언급할 만큼 마지막 준비 과정으로 삼았는데, 2경기 연속 전·후반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평가전인데도 벨 감독이 분노를 감추지 못한 배경이다.

벨 감독은 아시안컵 대회를 앞두고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기회가 났을 때 확실하게 기회를 살리고, 실점하면 안 된다. 또 90분 내내 계획대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자, 남은 기간 벨 감독 역시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한편 벨호가 준비 중인 2022 AFC 여자 아시안컵은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린다. 조별리그에서는 일본과 베트남, 미얀마와 함께 C조에 속했다. 대회 5위 안에 들면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개최하는 여자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 한국은 2003년 태국 대회 3위를 넘어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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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는 여자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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