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를 좀 비워야 할 것 같아요."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방망이가 꼬였다. 자신의 부진을 그렇게 진단했던 NC 다이노스 김휘집(26)이 불과 이틀 뒤 올 시즌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김휘집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6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NC의 13-3 대승을 이끌었다. 8월 들어 첫 멀티히트이자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였다. 김휘집이 한 경기에서 안타 4개를 때린 것도 2024년 8월 15일 창원 SSG 랜더스전 이후 무려 742일 만이었다.
내용도 좋았다. 김휘집은 1회초 1사 1, 3루에서는 박시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우중간으로 밀어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2회 2사 1, 2루에서는 투수가 바뀌었지만, 바깥쪽 직구를 다시 우중간으로 보내 타점을 추가했다. 사구로 출루한 세 번째 타석을 지나 6회에는 조원태의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었고, 7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한가운데 들어온 실투를 가볍게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커브도 쳤고 직구도 쳤다. 바깥쪽 공은 밀었고 몸쪽 공은 잡아당겼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김휘집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최근 잠실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휘집은 타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영상은 많이 보는데 실행력이 떨어진다. 생각했던 걸 실제 타석에서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호준(50) NC 감독에 따르면 김휘집은 상대 배터리의 공을 예상하고 들어가는 이른바 '게스 히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타자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상대도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김휘집은 "내가 가끔 노리고 친다는 걸 상대도 아니까 역으로 짚고 들어올 때가 굉장히 많다. 머리를 안 써야 할 것 같다. 머리를 비우고 쳐야 한다"고 웃었다. 이어 "좋을 때는 그냥 치는데 안 좋을 때부터 자꾸 하나를 노리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사령탑도 비슷한 문제를 짚으며, 상대 투수와 포수, 볼카운트와 주자 상황에 따른 승부 패턴을 더욱 세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본인이 생각했던 볼 배합과 실제 들어오는 공이 계속 반대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은 더 많이 생각하라고 하고, 선수는 생각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얼핏 충돌하는 것 같지만, 지향하는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전에는 충분히 준비하되 타석에서는 그 준비를 믿고 들어오는 공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다.
김휘집에게 올해는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16일 창원 KT 위즈전에서 맷 사우어의 공에 오른쪽 손목을 맞아 골절상을 당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고 당초 약 6주 정도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뼈가 붙는 속도가 더뎌 실제 복귀 과정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그 시간을 그냥 보내진 않았다. 김휘집은 오른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창원NC파크로 출근해 하체 운동을 했고, 왼손만 사용한 한 손 배팅까지 이어갔다. 복귀했을 때 곧바로 성적을 내기 위해 타격 감각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부상 전 페이스도 좋았다. 김휘집은 당시 16경기 타율 0.288(52타수 15안타)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었다. NC 합류 첫해 16홈런, 지난해 17홈런을 때리는 등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갑작스러운 손목 골절은 더욱 아쉬웠다.
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은 돌아왔지만,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김휘집 스스로도 "성적 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좋을 수는 없다"라며 "오히려 과정과 페이스는 다치기 전보다 지금이 더 좋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잘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머리를 비워야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뒤 이틀 만에 4안타 경기를 했다. 한 경기 만에 모든 고민이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변화구와 직구,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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