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이 방출됐어요?"
염경엽 감독은 2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의 양도지명(DFA) 소식을 처음 전해 듣고 되물었다.
고우석은 이날 미네소타가 구단 최고 유망주인 외야수 워커 젠킨스를 메이저리그로 콜업하면서 40인 로스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DFA 처리됐다. KBO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뒤 미국으로 향해 3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올해 마침내 빅리그 무대까지 밟았지만, 다시 도전과 복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염 감독에게도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고우석은 국내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향한 만큼 KBO 리그로 돌아올 경우 원소속팀 LG로 복귀해야 했고, 구단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LG도 고우석의 복귀를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놓고 후반기 마운드 계획을 하나 더 준비했다. 염 감독은 "우리는 (고)우석이가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을 0.01% 정도라고 봤다"라며 "우석이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선수 본인이나 구단과 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단순히 복귀 여부만 기다린 게 아니었다. 시즌 초에는 고우석이 돌아오면 뒷문을 맡길 계획을 세웠다. 손주영이 마무리로 가고 고우석의 복귀 가능성이 열렸던 시즌 중반에는 손주영을 다시 선발로 복귀시키는 그림까지 구체적으로 그렸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가 와서 (뒷문) 세팅이 되고 (손)주영이가 선발로 가면 선발진에도 여유가 생긴다. 우석이 정도의 선수가 오면 팀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플랜 A부터 C까지 세웠음에도 뜻대로 되진 않았다. 손주영이 개막 직전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 유영찬까지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뒷문을 맡아주길 기대했던 김영우, 장현식 등도 부상과 부진으로 차례로 흔들렸다.
그러면서 선발 빌드업을 밟던 손주영이 시즌 중반 불펜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첩첩산중의 상황에서 고우석 복귀는 LG 마운드를 다시 재정비할 수 있는 카드였다.
고우석의 상황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 진출 후 계속 어려움을 겪었던 고우석이 마침내 트리플A 무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올해 첫 19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60, 27⅔이닝 32탈삼진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성과를 눈여겨본 미네소타가 지난달 6일 현금 트레이드로 고우석을 영입했다. 계약에는 트레이드될 경우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양도 조항도 있었고, 고우석은 7월 10일 그토록 바라던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시즌 전 LG의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어도 염 감독은 오히려 고우석에게 축하를 건넸다. 당시 대구 삼성전을 준비하던 염 감독은 취재진에 "트레이드 당일 새벽에 (고)우석이에게서 전화가 미리 왔다"라며 "잘됐다. 우석이가 정말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자기의 꿈을 이뤘다. 등판하면 볼 것이고 응원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응원했다.
고우석 역시 쉽게 선택한 미국 잔류가 아니었다. 염 감독에 따르면 고우석은 올해 초 미국 도전을 접고 LG로 돌아오는 방안도 고민했다. 차명석 단장이 4월 말 직접 미국을 찾았을 때는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오랜 시간 품었던 메이저리그 꿈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좇고 싶었다. 고우석은 당시 "7월 1일까지만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전했고, 결국 그 도전이 미네소타 트레이드와 빅리그 데뷔로 이어졌다.
다시 고우석이 DFA된 날, 사령탑은 못다한 계획을 털어놓으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만큼은 자신에게 돌렸다. 염 감독은 "부상이 많고 변수가 많은 것, 결국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준비해야 하는 게 감독의 위치이고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어떤 변수가 생기든 결과는 결국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 다 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고우석의 DFA 후 구단에서 따로 선수 측에 연락을 취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우석에게는 미네소타 트리플A행을 받아들이거나 마이너리그 FA를 선택해 이적을 선택하는 길이 있다. 미국 잔류가 아닌 한국 복귀를 선택할 경우 원소속팀 LG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단 7월 31일까지 등록된 국내 선수만 당해 포스트시즌을 뛸 수 있다는 KBO 규약에 따라 올해는 정규시즌 등판만 가능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